미래 핵심 기술인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액이 미국의 0.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AI 정책관측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이 한국의 생성형 AI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총 7500만 달러(약 1040억 원)에 그쳤다. 미국으로 몰린 투자금 163억 900만 달러(약 22조 6000억 원)의 217분의 1 수준이다. 유럽연합(EU·5억 5900만 달러), 중국(4억 800만 달러)의 유치액과 비교해도 큰 격차를 보였다. AI 스타트업 전체를 놓고 보면 지난해 우리가 투자한 금액보다 국내외에서 조달한 금액이 적었다. 인재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발표한 지난해 1만 명당 AI 인재 이동 지표에서 한국은 -0.3명을 기록했다. AI 인재가 해외로 순유출됐다는 의미다.
AI는 반도체 등 전 산업의 판도 변화는 물론 경제·사회 전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 역량이다. AI 기술이 다른 나라에 종속되면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안보마저 흔들릴 수 있다. ‘AI 주권’ ‘AI 국가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는 앞선 선진국들과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자본과 인재를 속수무책으로 빼앗기며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체계적인 AI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토대가 될 ‘AI 기본법’은 21대 국회에서 1년 넘게 방치되다 끝내 폐기됐다. 이대로 가면 정부가 목표로 내건 2027년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는커녕 추격할 동력마저 사라질 지경이다.
AI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투자 유치가 인재 확보와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일으켜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우리가 글로벌 AI 경쟁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총력 지원에 나서야 한다. 규제 혁파와 통 큰 예산·세제 지원 등 AI 산업 육성을 위한 과감한 전략을 수립해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조속한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기본이다. 기업들도 고급 인재를 빼앗기지 않도록 보상 시스템을 개선하고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눈을 돌려 글로벌 입지를 키워가야 한다. ‘AI G3’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민관정이 원팀으로 혁신과 변화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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