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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민주당의 셀프 ‘입틀막’

정상훈 정치부 기자





“정 기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지금은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야. 나중에 기회 되면 다 말해줄게.”

국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반가운 인사도 잠시, ‘묻지도 않은’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은 ‘친명’으로 분류되지만 오랫동안 다양한 정치 지도자들을 보좌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그다. 사석에서는 언제나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TMT(Too Much Talker)’이기도 했다. 그토록 바라던 금배지를 달았지만 하고 싶은 말조차 애써 참으며 전한 말이 ‘말할 수 없다’라니 아이러니했다.

민주당에서 이런 풍경은 비단 해당 의원에게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연임이나 당원권 강화 등을 거론할 때면 의원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다. ‘개딸’로 일컬어지는 강성 당원들이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화두들이 등장하면 18번 레퍼토리처럼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당을 위해 맞는 방향인지는 의문이지만 ‘그분’들의 뜻이 그렇다고 하니 힘없는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원조 친명’ 김영진 의원은 최근 ‘이재명 대표 맞춤형’이라는 비판을 받는 당헌·당규 개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냈다. “설탕만 먹다간 이가 썩는다”는 쓴소리였다. 그러자 어김없이 김 의원에게도 ‘수박’이라는 멸칭이 쏟아졌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이 별 주목을 받지 못할때부터 그의 곁을 묵묵히 오랫동안 지켜온 중진인데도 말이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은 이솝 우화 ‘북풍과 태양’에 어원을 두고 있다. 나그네의 겉옷을 벗긴 게 바람이 아닌 햇볕인 것에서 착안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에는 의원들의 입을 틀어막는 바람만 세차게 불고 있다.

지난해 집권 여당은 ‘특정 세력’이 지지하는 인물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양두구육’을 비판해온 젊은 정치인을 축출하고 경쟁자들을 순차적으로 무릎 꿇게 만들었다. 그 결과가 총선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민주당은 똑똑히 알고 있다. 민주당의 목표가 강성 지지층에게만 사랑받는 ‘장수 아이돌’인지, 정권을 되찾는 ‘수권 정당’인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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