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은 이례적으로 빠른 시일 내 여야 의견이 합치돼 제정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출범한 위원회는 특별법의 취지에 따라 형법상 사기 피해자보다 완화된 법률적 요건을 적용해 지금까지 약 1만7000여 명의 피해자를 결정해 주거 안정을 지원했다. 특별법이 빠르게 제정된 만큼 보완할 부분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야당에서 주장하는 개정안은 개정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예산의 출처나 채권 가치의 평가 방식 등 모호한 부분들이 많아 실제 작동이 가능할지 우려된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테두리 내에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을 포함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표명했다. 무엇보다 정상 가동이 불가능하리라 우려했던 ‘선 구제 후 회수’ 방식의 지원방안에 비해 빠르게 작동할 대안을 준비하느라 고심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우선 주거 안정 측면에서의 실효성이 돋보인다. 같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더라도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야당안과는 달리 공공주택을 확보하는 생산적인 지원에 재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보다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보인다. 또 경매차익을 활용해 피해주택에서 10년 이상 추가적인 비용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해 주거안정을 최대한 지원한다. 해당 주택에서 거주를 원하지 않는 경우 경매차익을 즉시 지급해 보증금 손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임차인의 주거 선택권도 보장한다. 경매에서의 낙찰이 완료되기까지 시간 소요를 감안하더라도, 보증금 채권 가치의 평가 방식부터 마련해야 하는 방식에 비해서는 훨씬 실질적이고 적절한 대안이다.
피해 사각지대도 해소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다소 부담이 될 여지가 있지만 적극적인 주거지원을 위해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주택 등도 매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한다고 한다. 기존의 제도로는 보호받지 못하던 피해자들을 지원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마련한 대책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대안에서는 악성 임대인 공개 확대 등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방안을 제시했다. 또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 설명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중개사고의 공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시장기능 회복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전세 제도에 빌붙어 사기를 도모하는 자들을 막기 위해서는 피해의 지원과 동시에 피해 예방을 위한 사회 모두의 지속적인 노력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
시장의 급격한 변동과 그에 따른 부작용의 발생 속도에 비해 행정은 다소 경직되고 민첩하지 않게 보일 수 있다. 행정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혁신을 이뤄내야 하며, 적법한 법률이 부여한 권한 내에서 원칙을 지키며 책무를 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가동 범위 내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인다. 이제는 정말로 현실적인 피해자 구제를 위해 특별법 개정을 위한 협의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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