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계 최악의 인구절벽 위기 극복을 위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초저출생으로 대한민국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신설될 예정인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는 인구 컨트롤타워인 ‘인구전략기획부’로 바꾸고 정책 이행을 점검하기 위해 매월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가 이날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는 육아휴직 급여 인상과 휴직 확대, 신생아 특례대출 요건 완화, 무상 교육·보육 확대 등 아이 낳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들이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초저출생은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해 역대 최저인 0.72명에 그쳤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당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은 올해 0.6명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58명(2021년)의 반 토막에도 못 미친다. 18년간 380조 원의 저출생 관련 예산을 쏟아부은 결과가 이 정도다. 이대로 가면 재정이 파탄 나고 성장 잠재력이 소진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2040년대에 역성장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해외에서는 한국이 ‘인구 소멸 1호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저출생은 일자리·노동·주거·보육·교육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와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동반돼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정부와 기업·정치권이 뜻과 힘을 모아 과감하고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천해야 인구 재앙을 피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입법과 예산으로 정책을 적극 뒷받침해야 할 여야는 저출생 대책 논의에서 손을 놓은 채 정쟁만 벌이고 있다. 국가 존립이 달린 과제 해결에 여야 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저출생 문제의 근본 해법을 찾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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