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전문가인 리처드 오버리 영국 엑스터대 교수가 쓴 ‘피와 폐허’는 제2차 세계대전을 독특한 관점에서 다룬다. 대부분의 역사가들이 2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보는 것과 달리 그는 1931년 만주사변에서 찾는다. 500년 가까이 쌓아온 제국주의의 힘이 신생 열강 일본에 스며들었고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심이 전 세계를 핏빛으로 물들인 세계대전의 첫 포문을 열게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만주사변을 시작으로 1935년 이탈리아의 에티오피아 침공, 1937년 중일전쟁 등을 정리한 후에 비로소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을 다룬다.
1930년대 초 중국에서 시작한 2차 세계대전은 중국, 동남아시아, 동유럽, 중동으로 이어졌고 1950년대 중반에야 끝났다. 그 과정에서 내전과 식민지 독립전쟁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저자는 “영국과 프랑스가 지배한 이 제국 질서는 이른바 '못 가진' 국가들, 즉 일본, 이탈리아, 독일이 그들 자신의 제국 영역을 추가로 정복함으로써 국가의 생존을 확보하고 정체성을 표현하겠다는 허황된 야망을 품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2차 세계대전을 ‘최후의 제국주의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 저자는 제국주의의 팽창이 서로 부딪혀 폭발한 것이 제2차 세계대전이며 1945년 이후 모든 영토제국은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한다. 연합국과 추축국 간의 분쟁을 다뤘던 과거 역사관과 달리 거대한 제국적 관점에서 전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설명한다. 각 권 3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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