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움’의 사전적 의미는 ‘놀랍고 신기함’이다. 그러나 실제로 엄청난 대자연 앞에 서거나, 위대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었을 때, 또 죽음의 순간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놀라움’ 혹은 ‘신기함’이라는 단어의 힘은 너무나 약하다.
경이로움을 경험하고 나면 인간은 경탄하며,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다소 겸손해지며, 앞으로의 행동을 새롭게 설계하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한다. 공동체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모색하고, 일상 생활 속 스트레스를 별 일 아닌 것으로 제쳐둘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도 한다. 경이로움은 삶을 일으키고 지탱할 수 있는 힘인 셈이다.
‘경외심’ 연구의 대가인 UC버클리 심리학과 교수 대커 켈트너는 이처럼 한 인간의 삶에, 그리고 인류의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경외심이 어떤 과학적 기제에 의해 작동하는지 밝혀낸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의 자문이면서 페이스북의 반응 이모티콘 개발에 참여한 정서 연구의 대가이기도 하다.
신간 ‘경외심’은 이 같은 그의 15년간의 연구를 집대성한 인문학적 탐사의 결과물이다. ‘기쁨, 슬픔, 분노, 혐오, 공포’는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한 감정 정서로, 그간 과학자들은 인간과 동물이 언제 슬픔을 느끼는지, 공포의 순간에 어떻게 반응 하는지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며 인간이라는 존재를 탐구해 왔다. 저자는 책 속에서 정서를 ‘인간이 세상을 보는 렌즈’라고 표현하고, 경외심 역시 다른 5가지 정서와 대등하게 고찰해야 할 정서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기쁨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듯, 경외심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슬픔, 분노, 혐오, 공포라는 정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듯 경외심도 비중있게 다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경외심을 느낄 수 이는 8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이 중 대자연이나 음악, 예술, 종교 등은 독자들도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오히려 이 책의 진수는 ‘경외심’이라는 감정이 대자연, 음악, 예술을 만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누릴 수 있는 ‘일상적 감정’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연구 결과다. 예컨대 우리는 건강 문제가 심각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범죄를 저지하거나 싸움을 말리는 사람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볼 때 인간 존재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경외심의 경험은 부에 의존하지 않는 인간의 기본 욕구”라고 주장한다.
인류는 지금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파편화된 개인은 ‘기쁨, 슬픔, 분노, 혐오, 공포’ 를 근거로 자신의 생존만을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외심’은 인류를 지켜줄 필수적인 감정이다. 깊이 있는 삶의 경험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천천히 일상 속 경이의 순간을 찾아보고, 경외심의 길로 다가가, 삶에서 최상의 자기 실현에 다다르는 경험으로 이끌어 주는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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