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동행 취재한 러시아 기자가 당시 이색적인 분위기를 체험기로 보도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19일(현지시간) 소속 기자의 평양 체험기를 전했다.
이 기자는 19일 새벽부터 약 21시간 동안 이어진 푸틴 대통령의 북한 국빈 방문을 옆에서 지켜보며 겪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는 "평양은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된 도시라는 인상을 줬다"며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민스크(친러시아 국가 벨라루스 수도)와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 취재진을 따라다니는 북한 사람 모두가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듯했고, 사람이나 자동차가 전혀 없는 것 또한 눈에 띄었다고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날(18일) 오후 도시는 죽은 듯보였다"며 "가이드는 북한 주민이 섭씨 40도가 넘으면 밖에 나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다음 날(19일) 아침 일찍 거리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며 "그들은 어딘가에서 데려온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기자는 "푸틴 대통령이 19일 새벽 3시 평양에 도착한 후 평양 시내 모든 조명이 커졌다"며 이를 평상시에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숙소로 쓰인 금수산 영빈관을 놓곤 "이곳은 핵 공격으로부터 잘 보호된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고 했다.
19일 낮 12시 김일성 광장에서 치러진 푸틴 대통령 환영식에 대해선 "행사는 짧았다"며 "몇 시간 동안 쪼그리고 앉아있던 사람들이 마침내 광장에서 온몸을 쭉 펴고 일어섰다"고 했다.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공연 분위기도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공연 중 '친 푸틴' 성향으로 유명한 가수 샤먼(야로슬라프 드로노프)의 노래 '일어서자'가 나오자 푸틴 대통령은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기자는 "푸틴 대통령이 일어서는 것을 내가 가까이에서 직접 봤다"며 "공연장에 있는 모두가 일어났다"고 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방북 기간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에게 북한 최고 훈장인 김일성훈장을 수여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양국 관계발전과 미래를 위해 특출한 공적을 세운 푸틴 대통령에게 존경과 신뢰의 가장 높은 표현으로 김일성훈장을 직접 전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얼굴과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 궁 등을 그려 넣은 그림을 비롯한 예술작품과 풍산개 한 쌍도 안겼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한 후 건물 밖 정원으로 장소를 옮겨 통역관만 대동한 채 산책하며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정원으로 이동할 때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로 선물한 러시아제 최고급 리무진 '아우루스'를 양국 정상이 번갈아 가며 운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정오부터 자정까지 환영식, 정상회담, 조약 서명, 언론 공동 발표, 만찬 연회, 기념 공연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대부분 시간을 김 위원장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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