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교수들의 무기한 집단 휴진 중단 결정은 5개월 가까이 이어져온 의정(醫政)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병원 등 서울 빅5 상급병원과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집단행동을 이어가던 의료계의 투쟁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와 범의료계의 대화 창구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그동안 구심점이 없어 통일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던 의료계는 20일 교수·전공의·시도의사회 대표 3인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의료계와 형식·의제에 구애 없이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의료 현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제시하는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가 적극 나선다면 의정이 다시 대화에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의료계는 올특위를 통해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 관련 행정처분 및 처분에 대해 한목소리로 대응할 방침이다. ‘의대 정원 증원 처분을 멈춰달라’며 의대생들과 의대 교수, 전공의 등이 낸 집행정지 신청이 대법원에서도 기각됐고 집단 휴진에 대한 영향력이 악화 일로를 걷는 등 전반적인 상황은 의료계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의협 해산 가능성까지 언급한 가운데 임현택 의협 회장의 ‘무기한 파업’ 발언으로 불통 논란마저 불거졌다. 의협이 ‘강경파’ 임 회장을 배제한 채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을 올특위 공동위원장으로 세운 것은 올특위를 의료계 투쟁 구심점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4개월여 만에 소통 창구가 단일화됐다는 데 대해 기대가 크다. 다만 이번 사태의 주축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단일 대오를 갖추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올특위의 전공의 대표 자리는 공석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정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원장은 모두 올특위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의협이 정부에 제시한 세 가지 요구안이 대전협의 7대 요구안에서 명백히 후퇴했다며 대화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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