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직원이 직무발명보상금을 뒤늦게 청구한다면 현행이 아닌 재직 당시 규정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일했던 A 씨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삼성전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세탁기 필터와 관련한 기술 10건을 발명해 1997년 8월 회사에 특허권을 넘겼다. 회사는 특허출원을 한 뒤 1999년부터 A 씨가 개발한 필터를 장착한 세탁기를 판매했다. A 씨는 1998년 퇴사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17년이 흐른 2015년 11월, A 씨는 회사에 기술 6건에 대한 직무발명 보상금을 달라고 신청했다. 발명진흥법에 따르면 직원이 회사에서 발명하고 특허권을 기업에 넘기면 기업은 발명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A 씨가 발명한 기술 5건에 대해 등급을 ‘B급’으로 정하고 기술 적용 기간을 고려해 총 5800만 원을 보상하기로 했으나 A 씨가 등급 설정에 불복하면서 소송전이 시작됐다.
A 씨의 보상금 청구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기간 내에 있는지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일반 채권과 같은 10년이다. 10년간 귄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청구권을 잃는다.
문제는 10년을 따지는 시작점이다. 통상 사용자가 특허권을 승계한 시점으로 보지만 근무규칙에 지급 시기를 정하고 있으면 지급 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10년으로 본다.
1995년 개정된 삼성전자의 ‘직무발명 보상지침’은 지급 시기를 ‘특허가 회사 제품에 적용돼 회사경영에 현저하게 공헌한 것으로 인정되고 관련 부서 및 위원회 심의와 대표이사 재가가 있을 때’로 정했다. 다시 말해 회사가 보상금 지급을 결정하는 때가 소멸시효 계산의 시작점인 것이다.
반면 200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새 보상지침은 지급 시기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이에따라 2심을 심리한 특허법원은 2001년 1월 1일부터 소멸시효 계산을 시작해야 하고, 10년 넘게 지난 A 씨의 청구는 기간을 놓쳤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이미 퇴사한 다음이기 때문에 2001년 보상지침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 씨에게는 1995년 보상지침을 적용해야 하므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았고 그의 보상청구권은 유지되고 있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A 씨에게 5800만 원을 주기로 한 회사의 결정이 타당한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사건을 돌려받은 특허법원이 이 부분을 다시 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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