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일본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강세장을 이끌었던 해외투자가들이 최근 이탈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일본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둔화하면서 증시 상승 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 일본 증시의 투자 매력을 높였던 엔저 현상 역시 과도한 수준이어서 일본 경제의 부담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서 해외투자가들은 6월 둘째 주(10~14일)까지 4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지난해 9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이 기간 처분된 일본 주식은 총 6746억 엔(약 5조 8773억 원)어치에 달한다. 이들이 일본 주식을 파는 속도 역시 가팔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투자 자금의 이탈에 연초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던 일본 증시는 최근 저조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는 3월 22일 4만 888.43엔(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후 이날까지 5.6%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4.4%,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는 1% 상승했다. 헤베 첸 IG마켓 연구원은 “일본 주식에 대한 연초 낙관론은 ‘과속 방지턱’에 부딪혔다”며 “투자자들은 강세장이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일본 증시 상승 랠리를 이끌었던 기업들의 호실적과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 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씨티그룹은 19일 △BOJ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기업들의 보수적인 투자 계획 △지속적인 내수 위축 등을 이유로 일본 증시의 조정 위험성을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경우 펀드매니저의 3분의 1이 “일본 증시가 정점을 찍었다”고 봤다. 영국 자산운용사 에버딘 역시 일본 증시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낙관적 전망을 철회했다.
일본 증시의 투자 매력을 높이던 엔화 약세 역시 BOJ의 통화정책에 불확실성을 더하며 해외투자가들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1일 약 2개월 만에 159엔 선을 돌파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BOJ는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규모 등의 결정은 7월로 미뤘다. 엔화 약세의 지속은 에너지와 식품 수입 비용의 상승을 부추겨 내수 소비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사 오고시 JP모건자산운용 아시아주식포트폴리오매니저는 “시장은 엔화 약세가 어느 정도 바닥을 보이기를 원한다”면서 “그것이 일본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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