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무력 침략을 받을 경우 지체 없는 상호 군사원조’에 합의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은 냉전 종식 후 폐기됐던 군사동맹을 사실상 부활시켜 러시아가 한반도에 ‘자동 군사 개입’을 할 길을 터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정부가 이를 엄중히 규탄하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은 정당한 대응이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큰 실수”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면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외려 우리를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게다가 푸틴은 북한에 초정밀 무기를 공급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나”라면서 러시아의 대응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의 폭주는 한반도와 글로벌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다. 특히 핵 강국 러시아와 핵·미사일 고도화에 나선 북한의 초밀착은 국제 핵 질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푸틴 대통령은 귀국 후 “세계 힘의 균형 유지를 위해 3대 핵전력을 추가 개발하겠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무기 고도화를 예고했다. 러시아로부터 사실상 핵 보유를 용인받은 북한도 핵 개발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조야에서 ‘한반도 핵무장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의 필요성뿐 아니라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까지 거론될 정도다.
위태로운 한반도 안보 현실에서 우리가 주권·영토를 수호하면서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만들려면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는 것이 기본이다. 중장거리 미사일과 핵추진잠수함 개발 등을 서둘러 북러의 어떠한 위협도 물리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 군사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미일 연합 훈련을 강화하고 한국형 3축 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핵무장 국가들의 겁박과 위협에 휘둘리지 않도록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방안 등도 심도 있게 검토할 때가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