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4일 야당이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을 맡기로 하면서 22대 전반기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법제사법위원장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본회의 직회부 절차를 밟을 필요조차 없어져 전례 없는 입법 독주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7개 상임위원장 수용에 대한 찬반을 물어 의원들의 추인을 받았다. 여당은 27일 의총을 열어 부의장과 7명의 상임위원장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27일 본회의를 거쳐 22대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될 수 있다. 국민의힘 부의장 후보로는 6선의 주호영·조경태 의원에 4선인 박덕흠 의원도 거론된다.
21대 국회 후반기와 달리 법사위원장까지 확보한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법률안 단독 처리에 대거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소관 상임위를 거친 법률안을 정청래 법사위위원장이 곧장 처리해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던 시절에는 석 달 혹은 1년 가까이 기다렸던 본회의 직회부나 패스트트랙 추진 기간이 생략되는 셈이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야당이 처리한 법률안을 곧장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물리적으로 하루 만에 입법을 마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런 우려로 원 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 반환을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양보의 여지를 두지 않는 강경 기조를 지속해 수적 열세에 처한 여당의 반발은 무위에 그쳤다.
‘중과부적’인 국힘으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것이 유일한 방어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총 14차례 거부권을 행사해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다 거부권 행사를 기록했다. 22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의 법률안 단독 처리가 봇물 터지듯 나오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도 덩달아 치솟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한편으로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 프레임을 강조하며 여론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2020년 21대 전반기 원 구성에서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결과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에서 잇달아 패한 바 있다.
추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 운영과 민생에 대한 책임으로 남은 7개 상임위원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입장 발표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을 책임져야 하는 집권 여당의 책무가 제 가슴을 때린다”며 “정쟁만 일삼는 민주당에 맞서 ‘제발 서민들 민생 좀 살펴달라’는 국민의 애환이 무겁게 다가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방탄을 위한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의회 독재 저지를 위해 원내 투쟁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의 책임을 지고 이날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칩거에 들어갔다. 다만 의총에서 사퇴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즉각 터져나오는 등 추 원내대표의 재신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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