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지돈(41)이 과거 연인 관계였던 여성의 사생활 속 일화들을 당사자와의 상의도 없이 작품 속에 실명과 함께 차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서 관련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김현지(활동명 김사슴) 씨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지에 글을 올리고 2019년 공개된 정 작가의 장편 ‘야간 경비원의 일기(현대문학 펴냄)’와 함께 올해 발표한 장편 ‘브레이브 뉴 휴먼(은행나무 펴냄)’에서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가 인용됐다면서 작가에게 사안에 대한 인정과 사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김 씨에 따르면 2017년 스토킹에 시달리던 그는 이 시기 정 작가와 만나 교제를 시작해 2019년 초까지 연인 관계로 지냈다. 이 시기 정 작가와 나눈 자신의 이야기들이 이별 후부터 그의 소설 작업에 쓰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씨는 정 작가가 2019년 11월 출간한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 나오는 여성 ‘에이치(H)’의 설정이 자신과 닮았다며 “H라는 인물이 겪고 있는 이야기는 대부분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H가 ‘밸런스만큼 시시한 것 없다’고 한 부분, 연락이 잘 안 되는 부분, 스토킹을 기점으로 소설의 화자인 ‘나’와 H가 가까워지는 과정에 대한 문장들이 실제 사건과 흐름이 일치하고, 작품 속 에이치가 사는 지역 역시 자신과 같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정 작가가 올해 발표한 장편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에 등장하는 ‘권정현지’라는 인물도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쓴 데다 가정사까지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공상과학(SF) 장편인 ‘브레이브 뉴 휴먼’의 등장인물 여성 ‘권정현지’는 인공자궁에서 태어나 미래 사회에서 차별받는 존재로, 다른 등장인물 ‘아미’가 두 명의 남자와 성관계하는 여자를 ‘현지를 닮은 사람’이라 인식하는 대목에도 등장한다.
김 씨는 “이 글을 읽자마자 권정현지의 이야기가 그와 사귀는 동안 제가 말한 저의 이야기임을 알았다”며 최근 정 작가에게 무단 인용 인정과 사과,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김 씨가 자신의 블로그 등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정 작가는 김 씨에게 보낸 메일에서 “‘브레이브 뉴 휴먼’은 오해”라며 “이름, 캐릭터 모두 너(김 씨)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 대해선 “H는 가능한 변형을 했고 그 내용을 너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김 씨는 정 작가의 사과 외에도 자신이 문제를 제기한 작품의 출고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정지돈의 ‘브레이브 뉴 휴먼’을 펴낸 은행나무 출판사는 작가와 논의를 거쳐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나무 측은 “해당 논란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소설이 출간되기 전까지 문제 제기한 뿐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향후 작가와 논의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