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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위례상상선’ 막으려면

김민경 건설부동산부 기자





강남으로 출근하는 날은 주로 8호선 복정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내리면 이미 지하철역 입구부터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회사에 출근하기 전 많은 인파와 더위에 이미 지쳐버리기 일쑤다. 콩나물시루 같은 대중교통에 시달리고 나면 세상은 고통의 연속이므로 인생은 현실의 어려움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말이 생각난다.

17년째 난항을 겪고 있는 위례신사선 얘기다. 끝없이 미뤄지면서 위례 상상선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위례신도시의 핵심 교통망인 위례신사선은 송파구 위례신도시에서 강남구 삼성역과 신사동을 연결하는 경전철 노선이다. 이미 10년 전에 공사가 시작돼야 했던 위례신사선은 최근 서울시와의 공사비 협상이 무산되며 결국 두 번째로 좌초됐다. 최초 사업자인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2016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중도 포기했고 2020년 시공사로 선정된 GS건설 컨소시엄(강남메트로주식회사)은 고금리와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 서울시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단 위례신사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역시 착공식을 개최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실제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역시 공사비 문제로 건설사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에서 벌어지던 시공사와 조합 간 줄다리기가 대형 국책 인프라 사업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지난해보다 5.6% 늘리고 상반기 신속한 집행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 민간에서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SOC 등 공공투자가 물꼬를 트며 경기 회복 시점까지 버틸 수 있는 마중물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공공공사 유찰과 좌초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면 이 같은 노력이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의문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2000년 이후 고정된 적격심사제 낙찰 하한율을 상향하고 불합리한 공사비 삭감 관행을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공사비 현실화가 이뤄지려면 국토교통부와 조달청·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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