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25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우리 대통령님의 강단과 결기를 믿는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과 밀착하는 반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거친 표현으로 비판하며 중앙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가져가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6·25전쟁 74주년 행사를 마친 뒤 ‘6·25 참전영웅 초청 위로연’을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의 100여 명의 참전 유공자를 향해 “70년 전 북한 공산군의 침략에 맞서 용맹하게 싸우신 덕분에 대한민국은 국난을 극복하고 자유를 지킬 수 있었다”고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고귀한 청춘을 바치신 모든 영웅들께 다시 한번 존경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가 대구에서 열린 만큼 홍 시장도 행사에 초청됐다. 홍 시장은 “북한은 끊임없는 도발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며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우리 대통령님의 강단과 결기를 믿는다”고 건배사를 제의했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등 북한 도발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북 정책기조를 높이 평가하며 그 공을 윤 대통령에게 돌린 것이다.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을 향해선 거친 표현으로 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 위원장과 갈등을 빚은 윤 대통령에게 만큼은 공격력을 자제하고 있다. 홍 시장은 4·10 총선 이후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총선 말아먹은 애” “초짜” “폐세자”등 노골적 표현으로 각을 세웠고,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하자 “얼치기 후보는 벌써부터 현 정권을 흔드는구나”라고 공격했다.
반면 윤 대통령을 향해선 ‘감싸기 모드’다 . 4·10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책임론이 불거지자 홍 시장은 “대통령은 선거 중립의무가 있어서 선거를 도울 수 없다” “당의 책임이 아닌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게 되면 이 정권은 그야말로 대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등 ‘용산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차기 대권을 계산한 행보라는 평가가 많다. 유력 대권 경쟁자인 한 전 위원장에게는 견제구를 날리는 한편 윤 대통령을 따르는 당심을 포획하기 위해 윤 대통령 옹위에 나섰다는 것이다. 물론 ‘한동훈 때리기’가 되레 한 전 위원장의 체급을 키워준다는 지적이 있지만, 지방에 머무는 동안에도 ‘한동훈 대항마’로 본인을 자리매김시킬 수 있고 잠재적 잠룡 후보들에게 설 자리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윤 대통령과 홍 시장 간의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지난 4월 16일 홍 시장이 윤 대통령과 한남동 관저에서 4시간 가량 만찬 회동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임자 물색이 한창이었던 시기였다. 이후 각종 추측이 쏟아졌고 ‘윤 대통령이 홍 시장에게 국무총리직을 제의했지만 홍 시장이 이를 고사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홍 시장은 이를 부인했다. 또한 지난달 홍 시장이 ‘대구·경북 행정 통합’ 논의에 불을 지피자,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원하라’고 지시를 내려 홍 시장에게 보조를 맞춘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