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000명 억만장자들의 총 재산에 2% 수준의 세금을 내게 한다면 연간 최대 2500억 달러(약 347조 7000억 원)를 모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유층에 대한 이 같은 과세는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며 다만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리경제대학과 및 UC버클리대학의 교수이자 경제학자인 가브리엘 주크먼이 쓴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보고서가 주장하는 최저세율은 2%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억만장자들의 실효세율은 총 자산의 0.3%에 불과하다. 주크먼 교수는 FT에 “슈퍼 부자들이 학교 교사나 소방관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며, 동의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 자산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이상인 개인에 자산의 2%에 해당하는 세금을 거둔다면 연간 2000억~2500억 달러를 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순자산 1억 달러(약 1400억 원) 이상인 개인으로 부과 대상을 확대한다면 1000억~1400억 달러를 추가로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주크먼 교수는 “2%의 세금은 그리 많지 많다. 진보적인 세금이랄 것도 없이 덜 퇴행적인 세금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은행비밀보호법이 폐지되고 세무기관 간 자동 정보 교환이 이뤄지는 등 발전이 있었기에 ‘초부유층 과세’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의 재산을 어떻게 평가할지, 일부 국가가 부과금 시행을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해야 한다. 독립 연구기관인 텍스폴리시어소시에이츠의 댄 네이들은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두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라며 “두 나라 모두 부유층 과세를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올해 발효된 글로벌 최저 법인세 개정안에 도입된 것과 같은 유사한 세금 징수 매커니즘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의 수익이 한 국가에서 최소 15%의 실효세율 미만으로 과세될 경우 다른 국가에서 추가 부과금을 부과할 수 있다. 주크먼 교수는 “이 방식은 모든 국가가 이 협정에 가입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기에 의미가 있다”며 “가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국가가 세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돈을 테이블 위에 남겨두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크먼 교수는 지난 2월 세계 주요 20개국을 회원으로 하는 국제기구인 G20의 의장국인 브라질의 의뢰를 받아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G20 재무장관들은 내달 모여 이 같은 ‘초부유층 과세’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FT에 따르면 G20 중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의 장관들이 이 제안을 지지했고, 주크먼 교수는 벨기에, 콜롬비아, 아프리카연합도 이 부과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이 아이디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크먼 교수는 “보고서의 목표는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부유층에 대한 글로벌 세금은) 실현 가능하지만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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