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7만 가구를 넘었지만, 기존 분양 단지 등 완판 소식을 전하는 단지들이 늘어나는 분양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시세 대비 다소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신축단지들이 늘어나자 이보다 저렴한 분양가의 아파트들이 수요자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한 데다 공사비 문제로 인해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신규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진 것도 주요한 이유이다.
실제로 올해 분양가는 매달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국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월 1,743만7,200원 △2월 1,770만7,800원 △3월 1,858만8,900원 △4월 1,875만3,900원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상승 기조에 올해 안에 평균 분양가 2,000만원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오늘 분양가가 가장 싸다’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렇듯 분양가 상승이 전국 곳곳으로 번지면서 부동산 수요 위축, 미분양 리스크 등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건설사들은 공급을 줄이는 모양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분양 예정 물량은 6만4,525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상반기 분양 물량 9만9,989가구 대비 35.47%(3만5,464가구) 줄어든 가구 수다. 지난 3월 청약홈 개편과 4월 국회의원 선거로 분양 일정이 미뤄져 하반기에 상당수의 분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상황이 이렇자,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수요자들이 합리적인 분양가를 갖춘 기분양 단지로 눈을 돌리면서 완판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실제, 이달 현대건설은 의정부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금오 더퍼스트(‘23년 11월 분양)’의 100% 계약 완료 소식을 알렸다. 합리적 분양가와 함께 브랜드단지라는 점이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4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수원시에 분양한 ‘매교역 팰루시드(‘23년 12월 분양)’도 초기 계약률이 저조했지만, 정당 계약 두 달 만에 계약을 마쳤다. 계약 조건을 10%에서 5%로 낮추며 수요자들의 자금부담을 덜어준 것이 완판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작년 11월 분양에 나섰던 부산 남구 '문현푸르지오 트리시엘'도 청약 접수를 진행한 뒤 4개월 만인 올해 3월 완판을 달성했다. 올해 하반기 분양이 예정된 '문현3구역 재개발' 아파트의 전용 59㎡형 분양가가 5억원 중반대로 예측되는 등 이 지역 분양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에 뒤늦은 완판이 달성됐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두산건설이 지난 1월 인천 계양구에 분양한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계양’은 계약 시작 24일 만에 완판해 악화한 주택경기와 인천 지역의 미분양 문제에도 불구하고 100% 계약에 성공했다. 입주 20년 이상 아파트가 전체의 79%를 차지할 정도로 새 아파트가 드문데다 분양가도 합리적이었다는 평가다.
지난 4월, 분양했던 경기 용인시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용인’ 역시 반도체 트러스트 효과로 단기간에 완판을 기록했다. 주변 시세 대비 합리적 분양가에 금융혜택이 커 체감 분양가가 낮았다는 의견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4월 아파트 매매량이 지난 해보다 2만6000건 증가하는 등 매매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그 영향이 분양시장으로 옮겨졌다. 매매가 상승과 분양가 상승세 떄문에 수요자들이 신규 분양 단지를 먼저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수요자들에게는 날로 치솟는 분양가가 부담스럽지만, 매매가도 상승 곡선에 신규 분양물량마저 감소하면서 수요자들의 신규분양단지 옥석가리기가 심해지고 있다. 될 단지는 되는 분위기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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