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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다시보기] 파리올림픽의 미학

신상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로베르 들로네의 ‘경주자들’, 1924년 작.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의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 이래 처음으로 개최되는 이번 하계올림픽의 슬로건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다. 프랑스 정부가 이번 올림픽을 개방된 대회로 선포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그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파리의 문화 유적과 스포츠를 결합시킨 독특한 대회 운영 방식이다. 유럽의 문화 수도 파리를 올림픽파크로 변모시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동원된 이번 올림픽에서는 역대 최초로 개막식이 주경기장이 아닌 야외에서 진행된다. 각국 선수단이 센강을 따라 대형 보트를 타고 입장하며 올림픽이 시작되면 마라톤·양궁·수영 등의 경기들이 파리의 주요 역사적 공간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문화와 스포츠를 결합해 올림픽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문화 강국으로서의 프랑스의 위상을 전 세계에 과시하겠다는 것이 이번 올림픽을 준비한 프랑스 정부의 전략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는 파리 올림픽이 처음은 아니다. 본래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은 운동 경기와 예술 경연이 동시에 이뤄지던 문화 제전이었다. 그 시대의 그리스인들은 스포츠 자체를 예술로 봤다. 신체적 훈련을 통해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는 행위는 인간의 정신적 수련과 연계돼 있으며 예술가가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과 동일하다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생각했다.



근대 올림픽 경기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 또한 스포츠의 정신적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인식했다. 그래서 그는 고대 그리스 올림픽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올림픽 경기 종목 안에 ‘뮤즈 5종 경기’라는 명목으로 회화·조각·건축·음악·문학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1912년에서 1948년까지 총 150개의 메달이 뮤즈 5종 경기 수상자들에게 수여됐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 브레이킹 댄스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만하다. 물론 지금의 관점에서 예술 작품 및 행위에 순위를 매기는 경기 방식이 다소 생소한 면이 있으나 문화 올림피아드를 표방하는 프랑스 정부의 기발한 발상들은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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