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투기등급) 대출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하자 미국 기업들이 올해 540조 원 규모의 부채에 대해 이자율을 낮게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 시간) 시장조사업체 피치북LCD를 인용해 미국 기업들이 올해 3910억 달러(약 543조 8000억 원) 규모의 정크 등급 대출 리프라이싱(가격 재조정) 계약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2년 이후 최대(동기 대비) 수준이다. 정크 기업들이 담보를 제공하고 받는 대출인 레버리지 론 전체 시장(1조 3400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는 25%를 넘어선다.
골드막삭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하기도 전에 미국 레버리지 론 시장에서 기업들이 0.25%포인트씩 두 차례의 금리 인하에 준하는 혜택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크 등급 대출의 수요는 위험 대출을 다른 상품으로 재조합해 판매하는 투자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밥 슈워츠 얼라이언스번스타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실제로 수요를 충당할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살 수 있는 게 없다보니 가격 재조정을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기업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출 금리를 재조정해 부담을 덜고 있다. 피치북LCD에 따르면 21일 기준 정크 등급 대출 시장의 39%의 거래 가격이 액면가보다 높았다. 이는 5월 중순의 65%보다 낮지만 1년 전(2.4%)보다 훨씬 늘어난 수준이다. 소프트웨어업체 시트릭스의 모회사인 클라우드소프트웨어그룹은 65억 달러 규모 대출에 대한 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헬스케어업체 메드라인은 3월 61억 달러 규모 대출에 대한 금리를 3%에서 2.75%로 조정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 재조정 혜택이 정크 등급 기업들 가운데서도 비교적 건전한 업체들에게 집중되고 있으며 가장 취약한 업체들은 여전히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리 재조정 거래가 급증했지만 평균적인 금리 수준은 여전히 몇 년 전과 비교해 훨씬 높게 유지되고 있다. 슈워츠 매니저는 “8~9% 수준의 대출 금리를 0.5~0.75%포인트 낮추는 것은 확실히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부채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게임 체인저’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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