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를 본떠 만든 피규어(인형) 중고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신제품 가격이 오른 가운데 해외 팬들을 중심으로 중고 거래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중고 피규어의 1~5월 개당 평균 가격은 6354엔(약 5만5000원)으로 2014년 연평균 가격(2812엔)의 2.3배 수준이다. 드래곤볼은 2.9배, 원피스는 2.1배가 됐다.
중고 피규어의 가격 상승은 신제품 판매 가격이 오르면서 덩달아 뛰고 있다. 제조 기술이 진화해 품질이 크게 개선됐지만, 이에 따른 인건비나 재료 비용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핵심 재료인 염화비닐수지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새 상품 가격은 매년 비싸지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성지로 불리는 도쿄 아키하바라의 한 피규어 숍은 “신품 매입가는 10년 전과 비교할 때 2~3배가 된 것들이 있다”며 중고 피규어 일부의 가격도 이에 연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규어는 화제가 될 때마다 가격 변동이 심한 품목이다. 그 계기가 되는 것은 주로 영화다. 예컨대 올 1월 극장 개봉한 ‘기동전사 건담 세드 프리덤’은 일본 국내에서 건담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세계에서도 82개 국가·지역에서 배급이 결정됐다.
‘드래곤볼’의 경우 원작자인 토리야마 아키라가 3월 사망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았고, 피규어의 가격 상승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드래곤볼의 인기 캐릭터인 ‘마인 부우’ 피규어 중에는 중고가가 10년 전 8800엔에서 15만엔까지 뛴 것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 프라임이나 넷플릭스 등 OTT 보급으로 해외에서도 일본과 시차 없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며 “일본에서의 인기 작품이 그대로 세계적인 인기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일본 동영상협회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약 3조엔으로 이 중 절반은 해외용이 차지한다.
일부에서는 전매 목적의 구입도 증가하고 있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는 ‘(피규어 수집이) 취미 영역을 넘어섰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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