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6일 북한이 시험발사한 탄도미사일이 공중폭발했다는 우리 군의 분석 결과에 대해 북한이 27일 미사일 1개에 여러 개의 탄두가 들어가는 다탄두 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군 당국은 5월 우주발사체 실패에 이어 이번 발사체도 실패했기 때문에 이를 포장하려는 ‘기만’ 행위라고 판단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미사일총국이 전날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개별 기동 전투부 분리 및 유도 조종 시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시험은 중장거리용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1단 엔진을 사용했고 분리된 기동 전투부들이 3개의 목표 좌표로 정확히 유도됐다고 전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개별 기동 전투부는 영어 약자로 ‘MIRV’라 불리는 ‘다탄두 각개 목표 재돌입체’를 뜻한다. 하나의 미사일 동체에 실려 발사된 여러 개의 탄두가 각기 개별적인 목표를 향하며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것으로 미사일 1개로 여러 발을 쏜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주장에는 여러 허점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비행 거리를 토대로 “실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서 요구되는 고도에서 충분한 유도 제어 능력을 갖춘 MIRV 시험을 모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개별 기동 전투부 분리’라는 설명을 붙여 공개한 사진도 의구심을 자아냈다. 사진을 보면 흰 연기로 표현되는 항적이 2개 이상으로 갈라지는 모습이지만 이는 개별 기동 전투부가 아니라 단순히 미사일 1단 엔진이 연소 종료 후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장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정상적인 다탄두 분리 모습이라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북한의 주장은 과장됐고 기만 가능성이 있다”고 일축했다.
한편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오물 풍선을 계속 보내면 대북 심리전 수단인 전방 지역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 “만일 북한이 종이를 넣은 쓰레기 풍선을 계속 보낸다면 우리는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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