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이뤄지던 미국의 신규 주택 판매가 급락했다. 매물 잠김에 거래가 말라붙은 기존 주택에 이어 신규 주택 판매까지 줄어들면서 미국 주택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5월 미국의 신규 주택 판매는 전월(69만 8000건)보다 11.3% 하락해 연율 61만 9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61만 1000건) 이후 가장 낮은 것이자 시장 전망치 64만 건을 밑도는 수준이다.
그동안 신규 주택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구매 수요가 지속되면서 주택 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다. 기존 주택의 매물이 사라진 데 대한 풍선 효과로 주택 구매 수요가 신규 주택으로 몰렸던 탓이다. 기존 주택 시장의 경우 고금리로 인한 모기지 대출 금리 부담을 우려한 집 소유자들이 이사를 포기하면서 매물 잠김 효과가 나타났다.
지속된 고금리로 구매 부담이 늘면서 신규 주택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6.87%로 2022년 9월 이후 21개월째 6%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팬데믹 당시에는 2%대였다. 퍼스트아메리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오데타 쿠시는 “구매 수요는 5월 들어 변곡점에 도달한 것 같다”며 “높은 모기지 금리가 이어지면서 건설 업체가 자체 제공하는 (금리) 인센티브조차 더 이상 수요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 시장은 구조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지만 (고금리에) 잠재적 구매자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주택 판매의 갑작스러운 부진으로 미국 전체 주택 시장 투자도 쪼그라들고 있다. 앞서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주택 착공 건수는 연율 128만 건으로 2020년 6월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여파로 애틀랜타연은이 내놓는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3.1%에서 3.0%로 감소했다. 주택 거래가 줄어들면 주택 투자 금액의 16%를 차지하는 중개수수료도 감소하게 된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낸시 휴텐은 “신규 주택 판매가 3분기에도 여전히 부진할 수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가 4분기 시작되면 일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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