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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테크니온공대

테크니온공대 학생들의 수업 장면. /출처=테크니온공대 누리집




이스라엘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에 있는 테크니온공과대는 혁신 벤처·스타트업과 과학기술 인재의 산실로 꼽힌다. 미국 나스닥에 등록된 해외 기업 가운데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이스라엘 기업의 3분의 2가량은 이 대학에서 비롯됐다.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기초연구도 강하지만 기업가정신이 충만하다.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하는 ‘후츠파’ 정신과 실패를 용인하는 풍토가 있기 때문이다.

테크니온공대 출신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활동하면서 모국과의 상생 효과를 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의 전체 임직원(3만 2000여 명) 중 이 대학 출신이 1100명 이상이라고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보다 훨씬 많다. 이스라엘의 우수 인재들은 미국의 빅테크 곳곳에 포진해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스라엘의 혁신 스타트업들을 인수합병(M&A)해 혁신 동력으로 삼는 경우도 많다.

테크니온공대의 연구원들 모습. /출처=테크니온공대 누리집




테크니온공대는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의 노력으로 100년 전인 1924년 문을 열었다. 대학 설립이 건국보다도 24년이나 빠르다. 이미 1950년대 초 항공우주공학부를 개설해 세계적인 항공우주산업의 토대를 닦았다. 1960년대에는 컴퓨터과학부를 만들고 공대 기반 의대까지 설립했다. 이스라엘이 AI 분야에서 압도적 강자인 미국·중국 다음 그룹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게 이 덕분이다. 과학과 의학의 융합 연구를 통해 첨단 바이오 시장에서 강자가 된 배경이기도 하다. 테크니온 출신들은 첨단 과학기술 부대인 ‘탈피오트’의 주축으로 미사일 방어 시스템(아이언돔)도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의 해수 담수화 기술과 뛰어난 사이버 보안 기술을 갖게 된 것 역시 테크니온 출신들의 공이다. 이러다 보니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이 대학 주변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

반면 한국의 대학은 여전히 테크니온 같은 혁신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논문·특허 등 양적 성과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6년째 사실상 등록금 동결이 이뤄지며 투자 여력도 제한돼 있다.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대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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