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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논쟁'에 감춰진 불통의 민낯

[리뷰 - 연극 '크리스천스']

현대 사회 관용의 필요성 조명

두산아트센터서 내달 13일까지

연극 '크리스천스'의 한 장면.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




서울의 밤을 비추는 붉은 색의 수많은 십자가 첨탑들. 우리나라의 교회 수는 5만 곳 이상으로 추정된다. 믿음이 모두 하나인 것 같지만 십자가의 개수만큼이나 믿음의 형태도 가지각색이다.

역사적으로도 셀 수 없는 신학적 논쟁과 갈등이 반복됐다. 초기 교회의 삼위일체와 예수의 신성에 관한 논쟁부터 정교회와의 분리,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부터 현대 교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파들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해 왔다. 지금 이 순간도 복음주의와 해방신학 등 신앙에 대한 여러 해석이 존재하고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연극 '크리스천스'의 한 장면.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


대중들에게 익숙한 논쟁은 무신론자의 구원과 악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사람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이슬람 소년은 기독교의 교리에 따르면 지옥을 가야 하는가. 악과 지옥은 실존하는가. 히틀러가 죽기 전 회개했다면 천국에 가는 것이 옳은가.

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 연극 ‘크리스천스’는 우리들에게 이와 같은 딜레마로 가득 찬 질문을 던진다. 개척교회부터 시작해 대형교회를 일궈낸 목사 폴이 설교 시간 이러한 화두를 던지자 교회를 지탱하던 믿음의 주춧돌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연극 '크리스천스'의 한 장면.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




연극은 논쟁에 대해 직접적으로 답을 주지 않는다. 그 대신 이들이 서로에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을 계속해 보여주면서 답을 유도한다. 모두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고 교세는 쪼그라든다.

한국 대형 교회의 민낯을 떠오르게 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불통이 연극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아집에 빠진 현대인들과 갈등 양상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아무리 훌륭한 신념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관철하려면 남들의 의견을 관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작품을 관통한다.

연극 '크리스천스'의 한 장면.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


민새롬 연출은 “'우리가 하나가 되게 하시옵소서. 우리가 한 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가 혼자서는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라는 기도문이 작품의 구조와 주제를 암시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분열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하나가 되기란 실로 어렵지만 그를 위해서는 우선 귀를 여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2시간에 달하는 극을 이끌어가는 폴 역의 배우 박지일이 보여주는 흡인력은 대단하다. 십자가 형태의 무대와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케 하는 천장 조명은 실제 교회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성가대원들의 블랙 가스펠 찬양과 초반부 관객들의 반응 유도는 관객들이 공연에 더 빠르게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미국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의 작품으로, 오비 어워드 극작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공연은 다음달 1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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