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에서 히타치제작소의 시가총액이 약 9년 만에 소니그룹을 넘어서 시총 4위에 올라섰다. 최근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인공지능(AI) 특수에 힘입어 뉴욕 증시 역대 다섯 번째로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히타치와 소니의 시총 순위를 가른 결정적인 한 방 역시 ‘AI 엔진’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일 종가 기준으로 히타치제작소의 시가총액이 16조 9420억 엔(약 14조 5000억 원)을 기록해 소니그룹(16조 8938억 엔)을 넘어섰다고 28일 밝혔다. 도요타자동차·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키엔스에 이은 시총 4위다.
히타치제작소는 2015년 3월 당시 게임·영화 등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수익을 늘린 소니그룹에 시총을 역전당했다. 두 회사의 시총은 2020년 12조 엔까지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2021년 ‘반전’의 모멘텀이 찾아왔다. 히타치가 사업을 디지털, 그린(송배전망·철도), 반도체 제조 장치 및 산업 기기 등 3개로 집약하는 구조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고지마 게이지 히타치제작소 사장은 “생성 AI 보급에 따른 반도체 부족과 전력 수요 등이 히타치의 전 사업에 있어 큰 사업 기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0년 스위스ABB그룹으로부터 약 1조 엔에 매수한 송배전 사업은 AI 보급에 따른 송배전망 정비 수요로 수주 잔액이 급성장하고 있다.
닛케이는 “생성형 AI는 연산 처리 때 엄청난 전력을 써 데이터센터와 전력 부족이 이슈”라며 “해외 국부펀드들로부터 ‘관련 종목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외국계 증권사 입장에서 히타치는 적절한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니의 경우 생성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해 영화나 음악 제작을 효율화할 수 있지만 창작자들로부터의 반발이 커 신중한 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계 자산운용 회사인 콤제스트의 리처드 케이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5년 전만 해도 히타치 주식에 대한 투자는 생각하지도 않았다”며 “사업 구조 개혁을 거치면서 에너지·IT라는 성장 사업에 대한 집중이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엔비디아 등에 이은 투자처가 될 만한 종목을 찾는 글로벌 투자자가 많아 히타치의 상승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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