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가 동시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 현상이 10개월 만에 나타나며 힘겹게 불씨를 살려온 경기 회복 기조에 경고등이 켜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이 전월보다 1.2% 줄었다. 반도체가 그나마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제조업 생산이 전월에 비해 1.1% 감소했다.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내수 경기를 대표하는 서비스 생산과 소매판매가 각각 0.5%, 0.2% 줄었다. 설비투자는 4.1% 위축됐다. 올 초부터 번갈아가며 경기 회복을 이끌어온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뒷걸음질 친 데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98.8)는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낙폭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5월 이후 48개월 만에 가장 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 규모가 클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1~5월 국세 수입은 151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조 1000억 원 줄었다. 법인세 수입이 15조 3000억 원이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부가가치세와 소득세가 늘며 세수 결손 폭을 줄였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인해 법인세수 자체가 줄어든 데다 법인세 신고를 하고도 당장 현금이 부족해 이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65조 원의 세수 부족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펑크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민간 경기가 부진하면 재정 정책을 통해 경제 활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경기 조절을 위한 재정 운용의 폭도 거의 없는 셈이다.
부동산 구조조정,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스트레스 테스트 등이 본격화되면 내수의 추가 위축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또 중산층의 과도한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의 개편에 나설 예정이어서 내년 세수도 더 빠듯해질 수 있다. 정부 지출의 옥석 가리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우선 비생산적인 퍼주기 선심 정책은 걸러내야 한다. 대신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세제 개편 및 재정 지출을 해야 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강화하되 불요불급한 분야에선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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