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7일 4개 군소 야당과 함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다음 달 3~4일 표결해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마비시켜 공영방송의 차기 임원 선임을 방해함으로써 MBC 경영진 교체를 막으려는 노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김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므로 방통위원을 2인에서 1인으로 줄여 안건 의결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방통위는 일정을 앞당겨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8~9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공영방송 임원 선임 계획 안건을 의결했다.
거대 야당은 김 위원장 탄핵 추진의 주요 사유로 ‘방통위가 2인만으로 의사를 진행하고 의결해 위법’이라는 점을 내세웠으나 법리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방통위법이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로 소집하고,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2인 체제가 위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탄핵소추를 하려면 공직자를 ‘파면’할 정도로 헌법·법률 위반이 명백해야 하는데 김 위원장에게 중대한 위법이 있는지 의문이다. 방통위원 2인 체제 유발에는 야당의 책임이 적지 않다. 지난해 국회 추천 3인(여당 1인, 야당 2인) 중 민주당 몫으로 최민희 의원이 추천됐으나 통신단체 임원 경력 등 방통위법상 결격 사유가 제기돼 임명이 보류됐다. 그 뒤에 야당은 후보 추천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에도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강행했다. 이 전 위원장은 구체적인 법 위반 사실이 없는데도 방통위 업무 마비를 막기 위해 취임 100일도 안 돼 자진 사퇴했다. 헌정 사상 탄핵심판 사건이 총 7차례 접수됐는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에서만 5건이 접수됐다. 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전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의혹 등의 수사를 지휘한 간부급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고 ‘판사 탄핵’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4·10 총선에 나타난 유권자들의 ‘협치’ 요구를 외면하고 툭하면 탄핵몰이로 행정부를 겁박하고 흔드는 것은 삼권분립 등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폭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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