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의 글로벌 인기를 견인하는 것은 가장 앞에서 눈에 띄는 배우들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며 성공의 기초를 닦는 사람들이 있다. 드라마 작가들과 작곡가들을 비롯한 크리에이터다. 하지만 작가와 작곡가가 되고 싶어도 그 길을 쉽게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CJ ENM은 꿈은 있지만 어떻게 업계에 입문할 지 방법을 잘 알지 못하는 신인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신인 창작지원 사업 오펜을 2017년부터 운영 중이다. ‘갯마을 차차차’ ‘형사록’ ‘슈룹’ ‘졸업’ 등 화제작의 작가를 배출해 낸 작가 양성 사업 오펜 스토리텔러는 벌써 8번째 기수를 맞았다.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는 오펜 스토리텔러 8기 작가 24명의 현장 실습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평소 견학하거나 방문하기 쉽지 않은 서울경찰청의 빗장이 열린 데에 대해 작가들은 모두 들뜬 모습이었다.
이날 작가들은 112종합상황실과 종합교통정보센터를 견학한 뒤 사이버범죄·마약범죄·여성청소년범죄·과학수사에 대한 설명회를 수강했다. 교통과·안보수사대·마약범죄수사대·과학수사대 등에서 실제로 근무하는 인력이 강의에 참여해 그 질은 더욱 높았다.
좋은 드라마 극본을 쓰기 위해서는 심도 있는 취재가 기본인 만큼 작가들의 열의가 높았다. 이날 진행된 마약수사 강연에서는 현재 마약범죄의 트렌드와 검거 방법 등에 대한 세세하고 현장감 있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작가들의 질문도 끝이 없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펜타닐과 수사관들의 애로사항,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질문이 계속됐고 열기는 뜨거웠다. 신경진 작가는 “범죄수사물을 쓰려고 하는데 구체적 사례들과 현장성 있는 설명을 들으니 좀 더 현실적인 내용을 구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26일에는 서울 마포구 마포음악창작소에서 오펜의 작곡가 양성 부문인 오펜 뮤직의 6기 데모평가 세션이 열렸다. 제작 예정 중인 한 드라마를 소재로 준비된 이번 세션에서 나온 곡들의 퀄리티는 지금 당장 작품에 쓰여도 괜찮을 정도로 높았다. 가이드보컬에 AI를 활용하기도 하는 등 새로운 작곡 트렌드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세션에는 오펜 뮤직을 수료한 선배 기수도 참석해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5기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김준 작곡가는 “작업물의 수준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저 역시 많은 동기부여를 얻었고 좋은 작업의 의미와 즐거움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첫 세션에 참여한 6기 최해다 작곡가는 “곡 피드백 뿐 아니라 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의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2018년 발족한 오펜 뮤직은 6기를 합쳐 총 103명의 신진 작곡가를 배출했다. 창작지원금과 작업공간, 멘토링과 강의, 송캠프를 제공하고 실제 비즈매칭까지 연결해 준다. ‘사랑의 불시착’ ‘슬기로운 의사생활’ ‘나의 해방일지’ ‘선재 업고 튀어’ 등 인기작들의 OST가 이들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6기 방시우 작곡가는 “배움 아래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구본영 CJ ENM 오펜 뮤직 담당자는 “제작사의 눈높이와 요구에 부합하는 완성도를 갖추고자 한다”고 전했다. 오펜은 앞으로도 K컬처의 첨병이 될 신인 창작자들을 발굴하는데 전력을 쏟을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드라마의 미래를 짊어질 작가들과 작곡가들의 중요성이 K드라마의 글로벌 진출에 따라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 오펜의 성장과 확대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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