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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국민연금 운용 이대로 좋은가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선거 방송토론이 개최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한 시간과 매체에서 진행된 방송토론이었지만 방송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두 후보 간 입장 차이는 분명해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후보 간의 입장 차이다.

환경 문제에 관해서 트럼프는 깨끗한 물과 같은 생활환경에 집중했고, 모든 종류의 에너지를 사용했지만 가장 좋은 환경지표를 보였다면서 에너지 문제의 변화를 시사했다. 트럼프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돈 낭비로 폄훼하면서 기후변화 대응도 달라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폐기할지는 불확실하지만 중국이나 인도가 더 많은 기여금을 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변화를 시도할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정부의 세제 혜택을 받는 퇴직 연금 등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기금의 수익률 제고와 관련이 없는 기준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을 불법화했다. 바이든이 집권하자마자 이 조항을 없앴지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트럼프의 정책을 법안으로 만들어 통과시켰다. 바이든은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최근에서야 연기금이 ESG 기준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부가 관장하거나 세금 혜택을 받는 분야에서 돈 낭비에 불과한 주장을 기반으로 기금을 운영하는 것은 규제하겠다는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밀턴 프리드먼은 이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경영하는 것이 이해관계자들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는 사실을 설파한 적이 있다. 이윤만을 생각하는 경영이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경영하는 것보다 투자자는 물론 근로자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 기금운용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을 수익률 중심으로 운용하면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혜택을 준다. 국민연금이 특정 환경 투자 사업에 투자하여 수익률이 떨어졌다면,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ESG가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기준으로 들어올 당시에도 연금사회주의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에는 국민연금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의결권 행사에서도 그림자 투표(shadow voting,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한 주주의 의결권을 주총 참여 주주의 찬반 비율 대로 행사하는 제도)를 실시한다면서 연금사회주의와는 선을 그었다. 2017년 말 이 제도가 폐지되면서 초기만 하더라도 의결권 행사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들이 발표됐다. 이후 의결권 행사가 일상화하면서 경영개입의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대체투자를 늘리면서 사모투자가 올 1분기 74조2000억 원에 달하고 전체 자산 대비 사모투자 비중은 6.7%, 대체투자 자산 대비 사모투자 비중은 42.7%로 증가했다. 사모투자는 헤지펀드 및 사모대출 등을 포함한 투자다. 2021년 10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고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에 동일한 운용규제가 적용되고, 사모펀드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10% 이상 취득해 6개월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할 의무도 사라졌다. 기관전용펀드의 의결권이 일반 사모펀드와 같은 방향으로 행사된다면 경영권을 쉽게 탈취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기업 사냥꾼의 뒷돈을 대줄 수 있는 물고가 터진 것이다.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는 우리나라 기업의 수가 2019년 8개에서 2023년 77개로 증가했다. 인수합병도 급증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민의 돈을 강제로 모아서 사모펀드들과 함께 기업사냥을 하고, 회계적 성과만 높이는 구조조정으로 국민경제를 빈 깡통으로 만드는 꼴이 됐다. 국민연금기금이 사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과 국민연금법 위반이다. 위법 행위가 오래 진행돼 연금사회주의에 우리 사회가 물들어 버렸다. 경제 성장과 기업의 밸류업을 위해 ESG를 빌미로 한 국민연금기금의 경영권 개입은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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