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1엔대로 37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추가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유동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독립기념일(4일)을 개입 시점으로 유력하게 보고 있다.
1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61엔대를 나타내며 엔저 흐름을 이어갔다. 엔화는 지난달 28일 달러당 161.20엔대를 찍으며 37년 반 만에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정부가 9조 7000억 엔(약 86조 원)의 외환 개입에 나선 160엔 수준을 넘어서면서 추가 개입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새로운 방어선’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재무성은 “과도한 변동에 대응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 개입 실무를 담당하는 간다 마사토 재무관의 주요 발언을 바탕으로 최근 엔·달러 환율이 ‘과도한 변동의 정의를 일부 충족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간다 재무관은 지난해 10월 “연초 이후 엔·달러 시세가 20엔 이상 차이 나는 것도 (과도한 변동의) 한 요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엔화 가치는 연초 최저가(140.89엔) 대비 20엔 이상 하락했다. JP모건·체이스은행의 다나세 준야 수석환율전략가는 “정부의 개입 판단은 그때의 시장 상황을 근거로 이뤄진다”면서도 “정부가 가격 폭을 중시한다면 (지금은) 언제 개입이 이뤄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환율 변동률’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아직은 ‘방어 수준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다 재무관은 ‘약 반년 사이 25% 정도 엔저로 변화하는 것(2022년 9월)’ ‘2주간 4%의 변동(2024년 3월)’ 등을 ‘과도한 변동’ 또는 ‘완만하지 않은 흐름’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엔화 가치는 2주 전과 비교해 2% 떨어졌고 6개월 전과 비교해서는 14% 하락했다.
이번 주는 엔화 가치에 영향을 미칠 미국발(發)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일본 정부의 개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3일에는 지난달 11~12일 개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돼 연준의 금리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5일에는 6월 미국의 고용 통계가 발표된다. 수치가 시장 전망을 웃돌 경우 5월 고용 통계 발표 때처럼 엔화 매도(엔저)가 가속화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독립기념일이 일본 정부의 추가 개입 시점으로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엔 매수 개입의 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거래량이 적은 시간대를 노리는 경향이 있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시점에 개입에 나서면 적은 거래량으로도 변동 폭(개입 효과)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올 4월 29일도 일본의 황금 연휴 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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