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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나는 나…이가영의 골프는 포기 않는 골프

까도까도 알 수 없는 양파 같은 골프와 열심히 ‘밀당’ 중

“야구 푹 빠져, NC 팬…시구한다면 투구판 밟고 던질 것”

면허 한번에 따…운전스타일? “안전하면서도 시원시원하게”





이가영 하면 하늘하늘한 코스모스를 떠올릴 골프 팬이 많을 것이다. 이미지가 그렇다. 선한 인상에 여려 보이는 체구가 그런 이미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가영의 골프는 코스모스보단 대나무에 가깝다. 거친 바람에도 꼿꼿하고 단단한 그런 골프. 3년 간의 국가대표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 투어 첫해부터 안정된 성적을 남겼고 6년 차가 된 올해까지 좀처럼 컷 탈락을 모르는 꾸준한 기량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2022년 ‘97전 98기’의 역전 우승으로 정규 투어 첫 트로피를 품에 안은 이가영은 새로운 하이라이트 필름을 찍기 위해 양파 같은 매력의 골프와 오늘도 열심히 ‘밀당(밀고 당기기)’ 중이다.



거의 파스텔 톤의 경기복만 입는 것 같다. 실제로 잘 어울리기도 하고. 혹시 퍼스널 컬러 테스트 같은 걸 받아본 건가?

“퍼스널 컬러? 그런 테스트를 해본 적은 없고 그저 의류 후원사에서 주시는 대로 잘 받아 입고 있다. 매 라운드 어떤 옷을 입어야 한다고 정해지는 건 아니고 여러 벌 받으면 그중에서 입고 싶은 옷을 정한다. 하늘색이나 연노랑 계열 입었을 때 예쁘다고들 많이 해주셔서 그런 쪽으로 자주 입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근데 또 빨간색 입을 때도 반응이 나쁘지 않다.(웃음)”

‘~가영’ 시리즈가 많다. 뒤에 ‘가영’만 붙이면 되니까 쉽기도 하고.

“응원도 이런 식이다. ‘버디 가영’ ‘버디 하러 가영’ ‘우승 가영’.”

팬클럽 ‘가영동화’와 함께 좋은 일도 많이 한다. 다 뜻깊겠지만 제일 의미 있었다 하는 일은?

“버디 할 때마다 ‘라이스 기금’을 적립해서 한 노인 지원 단체에 쌀을 기부했다. 작년엔 보육원을 도왔고 유기견 보호소도 지원한 적 있다. 도움을 드리고 싶은 곳을 제가 정하면 팬클럽 분들과 다 같이 돕는 식으로 진행된다. 올 시즌도 버디 기금 적립하고 있다.”

경기 말고 정말 편하게 라운드 한다면 포섬 조합은 어떻게 할 건가?

“1999년생 친구들이면 다 좋다. 정규 투어에 최예림, 황정미, 이채은, 안지현 등이 동갑내기고 다 친한 편이다. 99년생끼리만 라운드 한 적은 없었다.”

99년생들끼리 나누는 고민이나 대화 주제는 어떤 건가? 같이 놀러 갈 계획도 세워보면 좋을 것 같다.

“대화 주제가 다양한데 확실한 건 골프 얘긴 거의 안 한다는 거다. 7월 중순 투어 휴식기에 1박 2일 근교 여행을 추진 중이긴 하다. 펜션 잡고 다 같이 가서 재밌게 놀기. 가면 드림(2부) 투어 뛰는 친구들이랑 투어 안 뛰는 친구들까지 10명 정도 갈 것 같다. 누군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끌고 가야 진행이 될 것 같다. 제 MBTI(성격유형검사)가 ‘J’(계획형 성격)이긴 한데 정말 제가 나서야 하는 걸까.”

쉴 땐 주로 뭐하나?

“드라마 본다. 드라마 시청을 정말 즐겨서 인기 있다 하는 건 거의 다 보는 편이다. 대회 기간에도 밥 먹을 때 휴대폰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켜 놓고 있다. ‘인생 드라마’라고 할 만한 것도 꼽기가 어려운 게 워낙 최신 시리즈를 챙겨 보다 보니 다 본 건 금방 잊힌다. 아, 야구예능 ‘최강야구’도 즐겨본다. 입스 탓에 고생한 포수 이야기, 신인 드래프트 때 선발되지 못해 부모님의 위로를 받다가 극적으로 뽑힌 선수 이야기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정규 투어 첫 우승 기념으로 트로피 외에 또 갖고 있는 게 있나?

“우승 기념 홀 깃발이랑 볼 간직하고 있다.”

준우승이 많아서 아쉬움도 많은 선수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섯 번의 준우승이 다 아쉬운 준우승은 아닐 거다. 최종일에 잘 쳐서 2등으로 올라간 경우는 몇 번인가?

“사실 제가 지나간 일을 잘 기억 못하는 편이다. 솔직히 준우승이 몇 번인지도 정확히 몰랐었다. 세어본 적 없다. 그렇지만 모든 준우승이 1등 하다가 내려와서 2등 한 게 아니란 건 확실하다.”

잘 잊는다는 건 골프 선수로서 큰 장점인 것도 같다.

“경기 끝나면 바로바로 잊는 편이다. 동료들끼리 얘기하다가 ‘어느 코스 몇 번 홀 있잖아’ 하면서 특정 홀 경험을 나눌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전 어디 얘기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회 이름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골프장 이름은 잘 모른다. 물론 쳤던 코스에 다시 가면 ‘이 홀 어떻게 쳤었구나’ 하고 다 기억하긴 한다.”





지금까지 경험한 제일 기묘한 라운드 경험은?

“너무 잘 됐던 날이 있다. 학생 때였다. 국가대표 시절 호주 대회(아본데일아마챔피언십)였는데 11언더파를 친 거다. 잘 맞아서 들어가고 잘못 맞아도 들어가고 치면 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버디 12개를 했다. 제가 막 잘 쳐서 그랬다기보다는 공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1라운드 9언더파도 신기했는데 2라운드에서 첫날에 세운 코스 레코드를 경신했고 결국 우승했다.”

그 후로 또 그렇게 신기하게 잘 맞았던 경험이 있는지.

“겨울 훈련 때 유독 스코어가 좋다. 지난해 태국 훈련에서 10언더파 쳤고 그 전에 베트남 갔을 때도 10언더파 쳤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올 시즌 달라진 게 있다면?

“지난해 플레이 하면서 되게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스스로 만족한 성적은 아니었다. 근데 또 올해 들어와서 돌아보면 ‘작년도 꽤 잘했던 거였구나’ 싶다. 올핸 생각했던 것보다 안 되고 있기도 하고 뭔가 골프가 어렵게 느껴진다. 이건 기량의 문제를 떠나서 알면 알수록 쉽지 않은 게 골프란 걸 점점 뚜렷하게 깨닫고 있는 듯하다. 작년엔 엄청 스트레스 받고 안 되는 시즌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내년에 돌아보면 올해의 일들에 대해서도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골프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가영의 골프라…. 일단 추구하는 건 꾸준함이다. 꾸준하게 잘하는 거. 꾸준함의 골프. 근데 골프가 그렇지 않더라. 고난과 역경이 너무 너무 많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단 걸 느낀다. 이가영의 골프는 포기하지 않는 골프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승부욕이 강한 스타일이라고. 골프장 밖에서도 남다른 승부욕이 발동되나?

“게임 같은 거 해도 이겨야 직성이 풀린다. 게임장 펀치 기계도 납득할 기록이 나와야 만족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기록 깰 때까지 무모하게 계속 동전 넣진 않는다. 즐길 수 있을 때까지만 하고 딱 돌아선다.”

승부 외에 투어를 뛰면서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은 무엇인지.

“뭐랄까 약간 알 수 없는 재미가 있다. 알 것 같다가 또 모르겠는 골프의 면모를 깊이 느끼게 되는 그런 것. 골프가 정말이지 매번 다르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받는데, 반대로 잘하게 되면 배로 재밌다. 그런 재미가 있다.”

그럼 투어의 어려움은 뭔가?

“한 곳에 머무를 수 없고 계속 이동해야 하는 거. 여러 군데를 너무 많이 다녀야 해서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힘들긴 하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 여러 지역의 음식을 맛보는 재미가 크다.”

어느 지역의 어떤 음식이 제일인가?

“저는 여주가 좋다. 여주 쪽에서 열리는 대회 기간엔 꼭 매운 갈비찜을 먹는다. 대회 기간에 1주일 가까이 머무르면 그 식당에 최소 두 번은 간다. 처음 갔을 때 완전 반해 버려서. 저희 동네인 용인 쪽에 체인점 내면 안 되냐고 사장님한테 부탁할 정도다.”



사람들이 이가영에 대해 오해하는 한두 가지가 있다면?

“맨날 ‘힘이 없다’ ‘독기가 없다’ 이런 얘길 들었었다. 잘못 생각하고 계신 거다. 눈꼬리가 처진 상이라 그렇게 보이는 건지, 걸음걸이가 약간 힘없어 보여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다.”



이가영은 독종인가?

“그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독기가 없었다면 지금 여기 이렇게 있지도 못했을 거다. ‘누구처럼 씩씩하게 좀 걸어라’ ‘눈 화장을 진하게 해보는 건 어떠냐’ 이런 얘길 진짜 많이 들었다. 너무 자주 들어서 듣기 싫은 건 좀 있었는데 뭔가 바꿔봐야겠단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런 내가 나인데 어떡하겠나.”

요즘은 그런 얘기들이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뒷심 부족이란 평가도 많았는데 어느 순간 좀 덜 들린다. 우승한 뒤로 줄어들긴 한 것 같다.”

장비에 민감한 편인가?

“자주 바꾸는 건 아닌데 약간 예민한 편이긴 하다. 클럽을 들었을 때 조금이라도 뭔가 다른 느낌이 들면 마음에 걸린다. 뭔가 미세하게 바뀌었다고 하면 바로 알아차린다. 퍼터는 엄청 오래 썼다.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제품을 쓰고 있다. 5월 매치플레이 대회 때 새 걸로 한 번 바꿔서 써보긴 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팬인 것 같더라.

“작년부터 야구에 빠졌다. 골프계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된 선수들이 NC 소속이어서 NC를 응원하게 됐다. ‘한 번 봐볼까’ 하고 중계를 봤는데 정말 재밌는 거다. 틈 나면 중계 보거나 결과 확인하고 그런다.”

골프 선수가 종종 KBO리그 경기에 시구자로 나선다.

“저도 올 봄에 시구 얘기가 오가긴 했다. 일정이 안 맞아서 못했는데 언젠가 마운드에 서고 싶다. 앞으로 나가서 던지지 않고 투수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투구판 밟고 던질 거다. 할 수 있을 거 같다.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많이 보는 건?

“엔튜브. NC 다이노스 유튜브다. 먹방 유튜브도 본다.”

과거 인스타그램에 ‘양파 같은 골프…매력 넘쳐’라고 썼더라.

“아까도 말한 것처럼 하루하루가 정말 다르다. 첫날 되게 안 풀렸는데 둘째 날은 또 되게 잘 되고. 까도 까도 알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적었다. 지금도 알아가는 중이다. 골프가 밀당을 제대로 한다.”

2019년 루키 때 홀인원 상품으로 받은 자동차(8000만 원 상당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아방가르드)는 지금 어디 있나? 그땐 면허가 없었는데.

“아빠가 바로 팔았다. 지금은 좋은 기억만 갖고 있다. 면허는 그 후 한 번에 땄다. 요즘은 운전하면서 노래 듣는 걸 즐긴다.”

장거리 운전도 많이 하나? 운전 스타일은 어떤지.

“대회장인 설해원(강원 양양)에서 집까지 2시간 좀 넘게 간 게 최장거리 운전이었다. 운전은 답답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와일드하단 얘기도 듣긴 했는데 그렇다고 위험하게 하는 건 아니다. 안전하면서도 시원시원하게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제가 아는 골프 선수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훈련으로든, 그냥 여행으로든 가본 지역 중에서 평생 못 잊을 곳이 있나?

“겨울 훈련 기간에 일부러 시간 내서 2박 3일 동안 놀러 갔던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가 잊히지 않는다. 물이 엄청 깨끗했고 재밌게 논 기억이 생생하다.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도 있다. 햄버거가 정말 맛있어서 하루 두 끼를 햄버거로 먹었다. 국가대표 훈련 때였다. 대표팀 친구들은 훈련 끝내고 나면 힘들어서 식욕까지 떨어져 반쪽밖에 못 먹었는데 저는 야무지게 다 먹었다.”

제일 잘 먹는 음식이 햄버거?

“맞다. 햄버거 같은 샌드위치도 잘 먹는다.”

사진 제공=KLPGA


지키고 있는 가장 오랜 습관은?

“늦잠 자본 기억이 없다. 알람 없이도 잘 일어난다. 자기 전에 특별한 걸 하는 건 없다. 게임 할 때도 있고 드라마 보면서 잠들 때도 있다.”

학생 때와 비교한 지금의 골프 스타일은?

“학생 땐 퍼트도 그렇고 되게 과감한 편이었다. 코치님도 ‘뒷벽 스타일’이라고 하셨다. 퍼트가 너무 과감해서. 투어 와서는 그린도 빨라지고 여러 가지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과감함은 좀 덜해진 것 같다.”

스윙 코치를 여러 번 바꾸는 선수도 많은데 이가영 선수는 반대다.

“열여섯 살 때부터니까 10년을 같은 코치님(이경훈)한테 배우고 있다. 그만큼의 시간이란 건 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신다는 거고 안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면 가장 먼저 캐치해낼 거란 뜻이다. 공이 안 될 때면(샷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면) 제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다 하다 정말 궁금함이 생기거나 다른 걸 배우고 싶을 때라면 몰라도 다른 스윙 코치님을 찾을 생각은 딱히 들지 않을 거 같다.”

골프로 이루고 싶은 작은 소망, 큰 꿈은?

“골프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가영 하면 아는, 그렇게 되는 꿈을 갖고 있다. 작은 소망 아니고 큰 꿈일 거다. 지금은 골프를 모르는 분이면 이가영은 아예 모른다. 골프를 치는 분들은 조금씩 알아봐 주는 단계다.”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건?

“우승도 많이 하고 더 잘 쳐야 한다.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잘했었지, 저 선수!’ 이런 반응이 나온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사진 제공=KLPGA


PROFILE

출생: 1999년 | 정규 투어 데뷔: 2019년 | 소속: NH투자증권

주요 경력:

2024년 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공동 5위

2023년 KB금융 스타챔피언십 공동 2위

2022년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우승, KLPGA 챔피언십 2위

2018년 드림 투어 2승, 평균 타수 1위

2017년 호주 아본데일아마챔피언십 우승(이틀 연속 코스 레코드)

2016년 KLPGA 회장배 여자아마선수권 우승, 호주 NSW 여자아마챔피언십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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