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 25만~35만 원을 지급하도록 발의한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해 입법 절차에 들어갔다. 전날에는 안도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4명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대내외 여건 중대 변화 등’의 추경 편성 요건 규정에 ‘계층·지역·산업 간 양극화 해소와 취약 계층의 생계 안정’을 추가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용이하게 한 것이다.
선심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재정 건전성 확보 장치들을 마구 허무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국가의 총부채가 급증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위험한 행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국가 총부채가 기업 2734조 원, 가계 2246조 원, 정부 1053조 원 등 6033조 원으로 6000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69.8%로 주요 20개국(G20) 중 5위다. 기업·가계가 부실하면 국가 재정이라도 튼튼해야 하는데 국가채무(D1)는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1∼2019년 30%대를 기록했는데 2020년 40%대로 진입한 지 불과 4년 만에 50%를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역대 최대의 추경 편성 등 선심 정책 남발로 나랏빚이 400조 원 넘게 급증한 탓이 크다. 방만하게 나라 살림을 하면 국가 신인도 하락을 초래하고 재정 악화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게 된다.
민주당이 ‘2년간 76조 원의 세수 펑크라는 역대급 경제 참사’라며 청문회 개최를 압박하고 있다시피 지금은 재정이 녹록지 않다. 민생회복지원금으로 13조~18조 원의 나랏돈을 풀면 물가의 재상승을 자극할 수도 있다. 이대로 국가재정법이 개정되면 추경의 상시화에 물꼬를 터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오죽하면 역대 재정학회장들이 “만성적인 지출 확대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겠는가. 외환 위기를 거치며 나랏빚이 급증하자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 통과된 국가재정법의 취지를 당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을 계승한 민주당이 허물어서는 안 된다. 국정이 포퓰리즘에 흔들리면 한때 경제 강국에서 빈곤국으로 추락한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