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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유망 자격증’이라고요? 조심해야 할 함정이 있습니다"

[새 일 클리닉] <4> 기술직으로 직업 전환을 앞둔 중장년

■ 홍제미나 JEM 대표


조기퇴직과 기대수명 증가 등으로 ‘인생 2막’을 고민하는 중장년이 많습니다. 라이프점프는 중장년의 인생 2막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4060세대들이 가진 고민과 해답을 찾아나가는 ‘새 일 클리닉’을 운영합니다. 커리어 컨설턴트가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생 2막의 방향성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 주된 일자리에서 벗어난 A씨. 평생 사무관리직에 몸담았지만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구인 수요를 고려해 퇴직 후에는 기술직으로 전직하고 싶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고, 현실적으로 취업 가능성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Q1. 설비, 전기 등이 중장년 유망 자격증이라고 하던데, 관련 경험이 없습니다. 50세가 넘은 제 나이에 새로운 분야에서 자격증을 따는 게 유효할까요?


재취업 시 기존의 경력을 연계, 확장할 수 있다면 자격증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세상 변화와 기술 발전 등으로 새로운 분야로 직업 전환을 할 때는 관련 자격증이 필수이자 기본 자격일 수 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2022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 50세 이상 국가기술자격 취득자는 2019년 8만 7014명에서 2021년 12만 281명으로 3년간 38.2% 증가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인증 워크넷에서 국가기술자격을 고용 우대 조건으로 하는 공고도 2020년 4만 9312건에서 2021년 12만 4429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사무관리직이나 서비스직 등 기술직이 아니었던 중장년이 기술직으로 전직하기 위해 직업훈련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제법 있는 일입니다. 다만 생소하고 경험이 없는 분야일수록 공부 자체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Q2. 최근 뜨고 있는 자격증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뜨고 있는 자격증’, ‘유망 자격증’이라는 명칭에는 조심해야 할 함정이 있습니다. 아직 시장 형성이 되지 않아서 자격증을 취득해도 실제로는 취업 연결성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공신력 없이 불필요하게 남발되는 자격증은 직업 현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를 전망해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취득하거나 근미래의 수요에 대응하는 자격증들이 좀 더 취업에 도움 되실 겁니다.

중장년이 도전해 볼 만한 자격증으로 특정 자격증을 추천해 드리기 보다는 사회적 변화에 따른 유망 분야를 살펴보시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안전 규제 강화에 따른 각종 안전 분야, 초고령사회 진입을 고려한 간호, 간병, 요양보호가 있습니다. 반려동물 시장의 급속한 확장에 따른 반려동물 분야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점포의 창·폐업도 많아지고, 재건축 대신 주택 리모델링 수요에 따른 인테리어 관련 자격증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또 자격증은 가급적 국가 공인 자격증이나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는 민간 자격증 위주로 취득해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의 자격증을 취득 후 연관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좋습니다.


Q3. 기술직으로 전직한 중장년을 만난 적이 있는지, 그분은 어떻게 무엇을 준비하셨는지 사례가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구매업무를 했던 50대 후반 사무직 퇴직자가 전기기사와 소방안전관리자1급을 취득해 아파트 관리실에 취업한 사례가 있습니다. 전기와는 무관한 업무를 해왔으나 전기기사 응시 자격에 따라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것이 전기관련학과로 인정돼 기사 자격에 바로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 직무 경험이 없었기에 한가지 자격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겨 한국소방안전교육원에서 소방안전관리자 1급 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수학을 바탕으로 하는 생소한 공부라 어려움도 있었고 전기기사 자격증 취득에는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인생 2막을 위해 반드시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목표를 세우고, 준비했습니다. 지금은 경력을 쌓아가며 전기과장이나 시설관리소장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Q4. 최근 드론조작이나 챗GPT, 인공지능(AI) 등이 주목받고 있고, 관련 자격증과 교육도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이 분야도 자격증 취득 시 활용도가 높은지 궁금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좀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해 보입니다. 드론이나 3D프린터 등이 4차 산업으로 주목을 많이 받았으나 현실적으로 채용이 많지 않습니다. 드론을 띄울 수 있는 지역이 예상 이상으로 제한적이고, 드론 조종에 다른 기술이 접목되어 있어야 활용도가 높습니다. 예를 들면 영상 촬영 기술자가 드론을 배워 드론으로 촬영하는 것이지요.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아주는 업체에서 드론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3D 프린터의 경우는 소재의 제한 때문에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최근 AI에 관심이 많은데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중장년이 프로그램 쪽으로 접근하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프로그래밍보다는 AI로 직무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AI를 ‘활용’하는 직무를 찾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AI 관련해 중장년이 직업적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일은 ‘데이터 라벨링’입니다. 데이터 라벨링은 AI 생태계에서 가장 아래 단에 있는 방대한 기초 작업입니다. AI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이 필요한데 개별 데이터를 AI가 인식할 수 있도록 라벨을 붙여주는 것이죠.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에 중장년들도 두 달 정도만 학습하면 진입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라벨러를 시작으로 디지털 전반에 친숙해질 수 있고, 또 수준이 높아지면 취업이나 진로의 범위를 넓히는 데 많은 도움될 것입니다.


Q5. 이 나이에 새로운 직군으로 가는 게 두렵기도 합니다. 기술직으로의 도전이 인생 2막에 도움이 될지 궁금합니다.


기술을 갖추시면 변화의 시대에 있는 중장년에게 진로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오픈AI가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 ‘GPT-4o’를 발표하면서 직업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됩니다. 생각보다 AI의 활용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돼 청년층은 물론 중장년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는 화이트칼라 직종이 AI의 영향을 더 받고, 기술직은 아직은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교한 신체 활동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뿐 아니라 로봇의 발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로봇이 사람의 작업 활동을 효과적으로 대체하기에는 좀 더 개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술직은 신체와 정신이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일이므로 기술직으로의 진출은 오히려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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