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도버와 프랑스의 칼레 사이의 영불해협(도버해협)의 거리는 34㎞에 불과하다. 날이 좋으면 육안으로도 건너편이 보이는 이 해협은 아프리카·중동에서 온 난민과 불법 이민자들이 유럽 대륙을 거쳐 영국으로 진입하는 통로다. 소형 배를 타고 건너다가 참변을 당하기도 하지만 매년 수만 명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위험한 바다를 건넌다.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영국이 2022년 ‘르완다 정책’을 내놨다. 불법 이주자들을 아프리카의 르완다 난민센터로 이송해 그곳에서 난민 수속을 밟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주자들은 르완다에 정착하거나 제3국으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영국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영국 정부는 난민 수속 대가로 르완다에 2억 4000만 파운드(약 4200억 원)를 이미 지불했다.
가난한 나라에 돈을 쥐어주고 ‘골칫덩이’ 이민자들을 해외로 이주시키는 정책에 대해 야만적이고 반(反)인권적이라는 비난 여론도 거세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불법 이주자들을 해외 제3국으로 보내는 ‘난민 오프쇼어링’이 유럽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는 지중해에서 구조한 난민을 인접한 알바니아로 보내기 위해 양국 정부 간 협정을 맺었다. 북아프리카에서 넘어오는 연간 3만~4만 명의 불법 이주자 처리 문제 때문에 몸살을 앓던 이탈리아가 영국의 르완다 정책을 본뜬 해법을 내놨다. 독일·덴마크·오스트리아 등도 제3국에 난민센터를 짓고 거액의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각국이 이민 장벽을 높이는 이유는 이민자 증가로 범죄가 늘고 사회·문화적 갈등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극우 정당 돌풍이 부는 데는 경제난 속에서 이민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점이 작용했다. 한국도 난민이나 이민자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출생·고령화로 해외 인력 수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교한 통합 정책 없이 무턱대고 이민 빗장을 풀었다가는 유럽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게다가 한반도 급변 사태로 인한 북한 주민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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