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일을 하는 도중 팔이 잘린 인도인 이주 노동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고용주가 체포됐다.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경찰은 로마 남부 라티나 지역에 있는 농장 사장인 안토넬로 로바토(38)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유치장에 입감했다.
라티나 검찰은 숨진 인도인 이주 노동자 사남 싱(31)의 사인이 과다출혈이라고 밝히면서 “싱이 즉각적인 도움을 받았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체포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피의자(로바토)의 행동은 인간생명을 등한시한 비인간적 행위”라며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라치오 인도인 공동체의 구르므크 싱 회장은 “우리는 이 소식을 기다렸다”며 “사고는 일어날 수 있지만 의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싱은 지난달 17일 로바토의 멜론 비닐하우스에서 기계 작업을 하던 중 셔츠가 빨려 들어갔다. 이 사고로 싱은 오른 팔이 잘리고 하반신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긴급하게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고용주인 로바토는 그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
로바토는 도움을 요청하는 싱의 아내에게 “가망이 없다”고 말하고 싱과 싱의 아내, 그리고 절단된 팔이 담긴 과일 상자를 화물차에 실은 뒤 집 근처에 버리고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싱은 뒤늦게 로마의 산 카를로 포를랄리니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로바토의 비인간적인 행동은 현지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고, 지난달 22일과 26일 라티나에서는 숨진 싱을 추모하고 이주 노동자의 근로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제2야당 오성운동(M5S) 대표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에게 이주민 노동자에 대한 잔인한 착취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라티나 검찰은 사고가 발생한 농장을 비롯해 이 지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의 근로 조건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동자 착취로 악명높은 라티나 지역은 아시아 출신이 주로 고용돼 있다. 이들 대다수는 악덕 고용주나 마피아와 결탁한 중간 소개업자의 농간으로 법으로 보장된 혜택이나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최대 노조인 노동총연맹(CGIL)에 따르면 농업 분야 노동자의 약 25%가 넘는 23만 명이 근로계약서 없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3년전 인도에서 이탈리아로 온 싱 역시 합법적인 근로계약서 없이 시간당 4유로(약 6000원)를 받고 일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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