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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없는 무기한 휴진 철회해야”…다시 거리로 모인 환자들

[환자단체 '의료 집단휴진 철회' 촉구대회]

300명 환자·보호자 피해 호소차 전국에서 집결

"환자 절규 묵과 불가…재발방지법 제정해야

의사 사회 '진료권'으로 힘 과시하고 있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와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정부 편도, 의사 편도 아닙니다. 아플 때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원할 뿐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에서 환자를 사지로 몰아넣는 의사 파업이 없도록 법과 원칙을 세워주십시오.”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 환자 보호자 김정애 씨)

의정갈등이 5개월 차에 접어들었지만 의사와 정부 양측이 여전히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환자단체가 의료진의 무기한 휴진 철회와 집단행동에도 필수의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4일 환자단체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열고 “필요한 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라며 의료 정상화를 요구했다. 집회에는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3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환자·보호자·시민들이 참석했다.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장은 “환자들과 그 가족, 국민들은 의료계 파업을 4개월 동안 참고 기다리며 버텨왔다.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의료진 파업으로 불안감을 갖지 않게 해달라는 환자들의 절규를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집회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간 공식적·비공식적 방식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료계와 대화했지만 근본적인 대화가 되지 않았다”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무책임한 처사다. 앞으로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을 할 수 없도록 관련 법 제정을 국회에 요청하려 한다”고 말했다.

연대한 환자단체의 촉구도 이어졌다. 서이슬 한국PROS환자단체 대표와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공동대표 등 대표들은 촉구문을 낭독하며 “환자에게는 필요한 때에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것, 예정된 검사나 수술이 연기되는 것, 병원을 찾았을 때 진료가 거절당할지 걱정해야 하는 것도 피해”라고 말했다.

이어 “반복되는 의정갈등에서 매번 백기를 든 정부를 경험한 의사사회는 여전히 진료권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그들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의료 공급이 중단되거나 의료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신호로 불안을 조장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무기한 휴진 계획을 밝힌 세브란스병원·고려대병원·서울아산병원의 휴진 철회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 △전공의 수련환경 획기적 개선 △의료인 집단행동 대비해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재발방지법’의 입법을 촉구했다.



“50년 같던 의료공백, 두려워”…환자·보호자들의 이야기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와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가운데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 환자의 어머니인 김정애 씨가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희귀 질환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을 앓고 있는 박하은(23) 씨의 어머니 김정애(68) 씨도 연단에 서 박수를 받았다. 김 씨는 의정갈등 이후 박 씨의 상태가 나빠질 때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오가자 간절함을 표현하기 위해 삭발을 감행했다. 김 씨는 “우리에겐 의정갈등이 일어난 5개월이 50년 같았다”며 “의정갈등에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환자가 없으면 의사가 필요 없고 국민이 죽고 없으면 국가도 필요없다. 휴진을 철회해달라”고 외쳤다.

이밖에도 유방암 4기 수술 후 림프절에 암이 전이돼 수술했지만 의료대란으로 조기 퇴원한 윤 모(58) 씨의 사례도 소개됐다. 윤 씨는 피주머니를 착용 중 고름 등 이상 증세로 응급실을 갔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고, 피부과로 가야 한다는 말에 진료 일정을 예약하려 했지만 장기화된 의료공백으로 전공의가 모두 그만둬 병원을 찾지 못했다. 해당 사례를 소개한 최승란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부회장은 “의료대란 관련 피해사례가 많이 있지만 몸 상태가 나빠 대신 전달하게 됐다”며 “(윤 씨는) 지금까지도 아픈 채로 피주머니를 차고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단체 “국회 돌며 입법 요청할 것”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와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대회에서 참가자가들이 눈물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환자단체들은 ‘재발방지법’ 제정을 위해 국회에 요구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가 아닌 환자 입장에서 의료대란의 대책을 도출하기 위한 토론회도 계획 중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환자는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의정갈등으로 왜 더 아파야 하는가”라며 “의료공백으로 많은 환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법적 대응은 하고 있지 않다. 법적으로 대응하면 현장에 남아 환자들을 치료했던 의대 교수와 전임의들이 피해를 입는 모순된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생 중 가장 중요한 건 의료다. 22대 국회는 신속하게 정당한 사유 없이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 종사자들의 집단 행동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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