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사 탄핵소추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검사장과 일선 검사들까지 한뜻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검찰 내 반대 기류가 형성되면서 2022년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열린 전국 평검사회의가 2년 만에 재개될지 주목된다.
이 총장은 4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월례회의에서 탄핵소추안 발의와 관련해 “사법부의 재판권과 행정부의 수사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하게 나오더라도 검찰은 부당한 외압에 절대 굴복하지 말라”고 밝혔다. 월례회의는 대검 연구관 이상의 검찰 간부들이 전원 참석하는 자리다.
이 총장은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법정 밖에서 거짓을 늘어놓으며 길거리 싸움을 걸어오고,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자 아예 법정을 안방으로 들어옮기고 판사와 검사·변호인을 모두 도맡겠다 나선 것”이라며 “진실은 아무리 덮으려고 해도,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반드시 그 진면목을 드러내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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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정부에서 마련한 검수완박 법안들에 대해서는 “누더기 형사사법 시스템”이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총장은 “단 한 건의 수사와 재판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탁상공론으로 사법제도를 설계하고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채 졸속으로 입법한 것은 사법제도를 ‘공정과 효율’이 아니라 오로지 ‘검찰권 박탈, 검찰 통제’라는 목표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또다시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도그마(dogma·독단적 신념)를 꺼내 들었는데 이는 결국 ‘국가의 범죄 대응과 억지력 완전 박탈’이라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이날 야권에서 추진하는 ‘검찰청 폐지’ 법안을 비판하며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와 ‘JMS 성폭력’ ‘계곡 살인’과 ‘세 모녀 전세 사기’ 등의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24명의 이름을 호명하기도 했다.
이 총장을 중심으로 검찰 내부 비판 목소리도 확대일로다. 이달 2일 기자회견 이후 게시된 이 총장의 입장 발표 글에는 이틀 사이 200명 이상의 검사가 답글로 동조의 뜻을 밝혔다. 또 이날까지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는 수십여 건의 관련 글이 게시됐다.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들의 경우 전날 이프로스에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국민이 일궈온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는 비판 입장을 발표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수사를 총괄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전 서울중앙지검장)도 ‘나를 탄핵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실무를 담당한 후배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통해 직무를 정지시켜 수사와 재판을 지연시키지 말고 2022년 5월부터 2년간 중앙지검장으로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와 공소 유지를 총괄했던 나를 탄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형곤 수원고검 차장검사(검사장)는 답글을 통해 “탄핵안이 발의된 검사들과 같이 수사를 담당한 책임자로서 특정 사건을 담당했다는 이유로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된다는 현실이 너무 충격적이고 참담할 뿐”이라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구성원들이 한뜻으로 탄핵소추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간부 및 평검사 회의가 조만간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간부·평감사 회의가 열리게 될 경우 이는 2022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당시 국회 다수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당시 김오수 총장 취임 이후 대검찰청에서 첫 전국 지검장 회의가 열린 바 있다. 일선 지검에서도 평검사 회의가 열려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부 통신망으로 응원하기보다 전국 (검찰)청별로 검사 회의를 개최해 논의하고 입장을 발표하는 게 올바른 대응’이라는 의견도 있다.
검찰 내부의 한 관계자는 “탄핵소추안 발의 이후 이 총장을 주축으로 내부 회의가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며 “향후 상황에 맞춰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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