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요 주가지수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와 토픽스가 4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3월 22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4만 888엔)를 3개월 만에 뛰어넘은 배경엔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 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케이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0.82% 오른 4만 913엔에 장을 마감했다.
일본 증시는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을 이어왔는데 이를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달 중반까지 모멘텀이 없던 일본 증시를 깨운 건 미국 대선에서 부활한 트럼프 트레이드"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의 대통령 집권 당시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금이 안전자산인 채권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이동한 현상을 의미한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대선후보 첫 대선 토론 직전인 26일 종가 기준으로 뉴욕 S&P500이 1% 오르는 사이 도쿄 닛케이225는 3% 상승했다.
닛케이는 이같은 주가 흐름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확 높아진 지난달 27일(현지시간) TV 토론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이날 치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대선 TV토론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멍하거나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령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크게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이시바시 다카유키 부사장은 "2016년 트럼프 당선 이후 주식 시장에서 자본재와 철강 등 저평가된 주식매수 바람이 불었다"며 "시장 참여자들에겐 이 같은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효과 외에도 미국 증시 훈풍과 엔화 약세 등을 증시 호재로 꼽았다.
고용지표 둔화로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3일(현지 시간)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이와 함께 37년 반 만의 ‘슈퍼 엔저’ 현상도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달러당 161엔대 중반에서 움직이는 등 엔화 가치는 거품 경제 시기인 1986년 12월 이후 37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저는 해외 투자자를 일본 증시로 끌어당겼다. 이날 도쿄증권이 발표한 투자 부문별 매매 동향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는 지난달 24~28일 1239억 엔(약 1조 603억 원)을 순매수했다.
눈에 띄는 것은 대형 기술주가 랠리를 견인하는 미국 증시와 달리 일본 주식시장은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고르게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주요 500대 기업 가운데 36%에 해당하는 178개사가 지난해 대비 주가가 2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 S&P500에 포함된 기업들 중 주가가 20% 이상인 곳은 16%에 불과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UBP 인베스트먼트의 도미나가 이치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기업의 수익성과 거버넌스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과 맞물려 위험에 베팅하려는 자금도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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