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변해 신냉전의 앞마당이 돼버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을 공식화했다. 앞서 나토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 정상을 3년 연속 정상회의에 초청한 바 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오는 10~11일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러시아 간 군사협력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런데 나토 국가들의 내부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6일 외교가에 따르면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북러 밀착에 우리 측의 반격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 옛 소련을 겨냥했던 기구라는 역사성에 최근에는 북대서양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까지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결집한 기구로 재편되는 만큼 북러정상회담과 북러 조약 체결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북한의 대러 지원과 달리 합법적”이라며 한국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정례화 수순 들어간 나토+I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나토와 IP4의 밀착이 사실상 정례화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특히 북러 조약으로 러시아의 위협이 유럽 등 북대서양 일대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으로까지 퍼지며 IP4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22년 이후 3년 연속 IP4 국가 정상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윤 대통령 역시 이번 순방의 목적을 ‘글로벌 공조를 통한 안보의 강화’로 설정했다. IP4 정상회의에서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높은 수위의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인도태평양 차원뿐 아니라 나토 동맹국 차원에서도 공동 대응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러의 군사 협력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자유·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지원 의지도 재확인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컴백’…“러시아 나토 침공 독려하겠다”
지금까지는 나토의 영역이 북대서양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확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토는 지금 떨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 그동안 반대해왔고 “나토가 방위비 분담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을 정도로 나토에 적대적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견제 기조 상 인도태평양 4개국에 대한 외교적 밀착이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나토 입장에서는 대변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나토는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주둔지를 세우고, 독일에 군수지원 사령부를 신설하는 등 미국 주도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대행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나토 내 미국 및 동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키이우에 나토 주둔지를 설치하고 민간 고위 공직자를 파견할 계획”이라며 “또한 독일 비스바덴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군수사령부를 신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신설되는 군수사령부는 32개 회원국에서 700명의 인력을 모집해 구성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군이 주로 수행해 온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무기지원 및 훈련지원 역할을 인계받을 계획이다. 해당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이 향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줄이거나 완전히 중단하더라도 나토를 통한 지원은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내용을 이번 정상회의에서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 내 극우 물결도 변수…프랑스 총선에 집중
유럽의 극우 세력이 약진하는 점도 나토 입장에선 영 불편하다. 당장 프랑스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극우정당 국민연합(RN)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 결과 RN이 1위를 차지했는데 극우정당이 프랑스 의회 다수당이 되는 이례적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원집정제 정부 구조를 채택한 프랑스 정치구조 상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가 총리가 되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외교·국방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잃은, 사실상의 허수아비로 전락하게 된다. RN은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스스로 총리를 배출하고 장관들을 임명해 마크롱과 동거정부를 구성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RN의 실질적 리더인 마린 르펜 원내대표는 심지어 “국방 예산을 쥐고 있는 것은 총리”라며 “헌법상 대통령의 군통수권자 지위는 명예직에 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RN은 지금 유럽연합(EU) 탈퇴, 러시아와의 관계개선, 우크라이나 불간섭, 이슬람 지원중단을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프랑스 퍼스트’를 주장한다. 현재 나토가 추진하는 정책들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오는 7일 2차 투표에 나토를 비롯한 서방 국가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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