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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숙제 안고 순방길 오르는 尹…인구부 신설 등 내치 ‘첩첩산중’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원희룡·나경원 후보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이 단독 처리한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열다섯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향후 국회 협조가 필요한 각종 국정과제도 공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법 개정이 필요한 인구전략기획부·정무장관직 신설을 비롯해 주요 인사청문회에서 거야와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5일 정부로 이송된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시점은 국무회의가 열리는 9일 또는 16일이다. 이달 19일이 채상병의 순직 1주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실 입장에서 16일보다 9일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낫다는 정무적으로 낫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8일부터 2박 5일 일정으로 미국 순방에 나서는데, 이 경우 윤 대통령은 해외에서 재의요구안을 재가하게 된다.



다만 엄중한 사안을 해외에서 전자결재 등을 통해 속도전을 펼치는 것 또한 부담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채상병특검법 통과에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 유린을 개탄한다”는 강한 입장을 밝혔지만 거부권 행사에 따르는 여론의 파장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해외에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당과 정부의 의견을 추가 수렴해 시점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 파행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법 개정이 필요한 국정과제들 역시 기약 없이 미뤄질 예정이다. 인구전략기획부와 정무장관직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저출생 극복은 여야 이견이 없는 과제지만, 야당이 여당·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무장관은 향후 국회와의 관계뿐 아니라 정부 부처들과의 소통도 일원화해 업무를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된 상태다. 특히 이진숙 후보자에 대해 야당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 보이콧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도 위원장 임명이 가능해 실익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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