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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선 개혁파 당선 '이변'…美는 “근본정책 변화 기대 안해”

■ 페제슈키안 결선투표서 승리

"서방과 대화·히잡 단속 완화"

변화 원하는 유권자 표심 공략

美와도 "협상하겠다" 밝혔지만

대통령 권한 한계에 쉽잖을 듯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다음 날인 6일(현지 시간) 테헤란 외곽에 있는 혁명 창시자 고(故)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사당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핵 합의(JCPOA) 복원과 히잡 단속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건 온건 개혁파 마수드 페제슈키안이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당초 낮은 지명도로 열세가 예상됐지만 보수 강경파에 의한 반(反)서방·인권 정책 및 이로 인한 경제제재로 민심이 악화하며 투표 결과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제슈키안의 당선으로 이란과 서방 간에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이란에서 대통령의 권한에 한계가 분명해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6일(현지 시간) 이란 내무부는 5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페제슈키안 전 보건장관이 1638만 4000표(54.8%)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대결 상대였던 강경 보수 성향의 사이드 잘릴리 후보는 1353만 8000표(45.2%)를 획득했다. 이란에서 결선으로 대통령 당선인을 가린 것은 2005년 이후 19년 만이다. 2021년 취임한 강경 보수 성향의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5월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지며 갑자기 치러진 이번 대선 결과로 이란에는 3년 만에 개혁 성향의 행정부가 다시 들어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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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측근과 맞붙은 대결이었던 만큼 페제슈키안의 승리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신들은 “이란을 구하자”는 페제슈키안의 선거 구호가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히잡 단속 완화와 도덕 경찰(순찰대) 폐지, 인터넷 제한 해제와 함께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한 그의 공약이 표심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심화하는 경제난 역시 영향을 미쳤다. 이란은 핵 개발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 인플레이션율이 40%에 달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페제슈키안은 선거 기간 중 외교정책을 경제 문제로 규정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서방 강대국, 특히 미국과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와의 관계를 끊는 자는 뒤처진다. 우리가 왜 전 세계와 싸워야 하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2015년 국제사회와의 핵 협정에 반대한 것은 물론 이번 대선에서도 서방과의 타협을 거부한 잘릴리와 대조를 이뤘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다음 날인 6일(현지 시간) 테헤란 외곽에 있는 혁명 창시자 고(故)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사당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새 대통령 앞에 놓인 현실은 난제투성이다. 경제난 해결이 시급한 가운데 가자지구 전쟁이 ‘이스라엘 대(對) 이란’의 정면 대결로 확전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서방과의 대화라는 공약의 전제 자체도 송두리째 흔들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정부와 하산 로하니 정부가 타결한 핵 합의를 2018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규모 제재를 동원해 이란을 압박했다. 이란 내 의사 결정이 여전히 최고 지도자와 보수 강경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새 정부의 한계를 분명히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1997~2005년 당시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정치 개혁과 시민사회 강화, 언론 자유 확대를 추진했으나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의 반대에 부딪혔다. 2013~2021년 집권한 실용주의자 로하니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정부도 당장은 큰 기대를 나타내지 않는 눈치다. 국무부는 AP통신 등에 “우리는 이번 선거로 이란이 근본적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자국민의 인권을 더 존중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익을 진전시킬 때 이란과의 외교를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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