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의 층수를 105층에서 55층으로 낮추는 방안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서울시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재협상의 물꼬를 텄다. 현대차그룹이 층수를 낮추기 위해 공공 기여에 대한 추가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을 수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5일 시에 GBC 55층 설계변경 신청을 철회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과 시는 지난 4일 고위급 면담에서 현대차그룹이 연내 새로운 설계변경안을 제출하고 시는 이를 적극 검토하는 데 합의했다. 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디자인과 공공성을 보완해 연내 설계 변경안을 다시 제출하면 그때 추가 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GBC 층수 하향을 둘러싼 시와 현대차그룹의 갈등은 지난 2월 본격화됐다. 현대차그룹이 105층 타워 1개 동이 아닌 55층 안팎 타워 2개 동을 만들겠다는 설계 변경안을 시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가 층수 변경을 위해서는 공공기여분에 대한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며 5월 이를 반려했다. 2016년 사전협상 당시 현대차그룹이 105층 전망대 등을 조성하는 조건으로 현금 기부채납액을 1조 7491억 원으로 정했는데, 건축계획이 바뀌면 공공 기여 금액도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추가 협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5월 55층 2개 동 조감도를 공개했다. 이처럼 양측의 협의가 평행선을 달리며 오세훈 시장은 지난 1일 민선 8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계획을 세웠으면 그에 걸맞은 공공 기여를 새롭게 논의하는 게 상식”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사옥을 건립하기 위해 2014년 7만 9342㎡ 면적의 삼성동 한국전력 용지를 약 10조 5500억 원에 매입했다. 시와 현대차는 사전협상을 통해 GBC 건축 계획을 105층 타워 1개 동, 35층 숙박·업무시설 1개 동 등으로 계획했다. 2020년 착공했지만 공사비가 급등하며 아직 터파기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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