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바논 무장 조직 헤즈볼라 지도자에 잇따라 기존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표방하는 페제슈키안이 향후 대외 정책 노선을 어떻게 가져갈지 관심이 쏠린다.
9일 이란 국영통신 등에 따르면 페제슈키안 당선자는 전날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며 “우방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며 협력이 더 발전하도록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두 정상이 연내 직접 만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올 5월 불의의 헬기 사고로 사망한 보수 강경파 라이시 대통령 취임 후 우크라이나 정세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해 왔다.
당선인은 푸틴 대통령 외에도 레바논 시아파 조직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에도 서한을 보내 기존의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헤즈볼라 모두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 등 서방 진영과 대립 중이라는 점에서 향후 이란의 새 대통령이 가져갈 대외 정책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페제슈키안 당선인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외교정책을 경제 문제로 규정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서방 강대국, 특히 미국과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와의 관계를 끊는 자는 뒤처진다. 우리가 왜 전 세계와 싸워야 하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서방과의 타협을 거부한 보수 강경파 사이드 잘릴리와 대조를 이뤘고, 경제난에 지친 국민들의 표심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의 대외 정책 노선을 일부 유지하겠다는 페제슈키안의 행보는 대(對) 서방 관계 개선 정책 추진에 있어 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페제슈키안은 1638만 4000표(54.8%)를 얻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초 강세가 예상됐던 대결 상대인 잘릴리 후보는 1353만 8000표(45.2%)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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