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경선만 치르고 정치를 끝낼 셈인가.”
국민의힘의 7·23 전당대회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잠룡들의 비전 경쟁을 기대했던 당원들의 바람과 달리 온갖 극언이 난무하면서 후보들 간 진흙탕 싸움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축제의 장’을 만들겠다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도 “과도한 비난전을 자중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질 정도다.
정당의 최대 이벤트로 컨벤션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잠재적 대권 후보들 간 이전투구 연출에 여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커져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1년 전 전당대회와 같은 볼썽사나운 전철을 밟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당시 친윤(친윤석열)계 초선들이 돌린 ‘나경원 연판장’의 힘을 빌려 출범한 ‘김기현 지도부’는 당정 관계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반쪽’ 리더십을 보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조기 해체했다. 그 여진은 이듬해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최근 여권의 행태도 주연만 바뀌었을 뿐 이번 전당대회 역시 대통령실 눈치만 보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상대 후보를 겨냥한 ‘배신의 정치’ 키워드는 이번 전당대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영부인과 한동훈 후보 간 문자메시지 전문이 나돌면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의 최종 승리자는 또다시 더불어민주당이 될 것이라는 낙담마저 들린다.
게다가 여당이 일차원적 다툼에 몰두하는 동안 거대 야당은 입법 독주를 자행 중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해 35일 만에 통과시켰다. 자신감이 붙은 거야는 한 발 더 나아가 대통령 탄핵을 위한 정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8석의 약체 여당이 야권발 포퓰리즘 입법을 방어하기는 사실 버겁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을 책임질 당권 주자라면 무너진 당을 추스르고 단일 대오를 형성해 훗날을 도모하는 결기가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다. 분열 직전의 당권을 쥔들 온전한 지도력을 발휘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향해 ‘당의 자산’이라 치켜세우던 모습들은 어디로 갔나. 당권 경쟁자 이전에 한배를 탄 공동의 운명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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