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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조종사 되는 과정은…32개월 혹독한 비행해야 ‘탑건’[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입문하는 1단계, KT-100 항공기 교육

공통인 2단계, KT-1 주야간 비행 수행

3단계, 전투임무기·공중기동기 구분돼

실전 작전 투입, 1년 이상 더 훈련해야

고등비행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른 신임 조종사들. 사진 제공=국방일보




보잉 선글라스와 국방색 비행복, 그리고 ‘빨간 마후라’. 이것들은 공군 조종사의 상징이다. 가장 높은 곳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주역들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전투조종사는 대한민국 영공방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조종사의 능력이 항공작전 수행의 근간이고 굳건한 전투대비태세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정예 조종사 양성에 공군이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다.

공군 조종사는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막중한 역할만큼 조종사는 아무나 될 수 없다. 수년간 혹독한 과정을 극복해야 영공 수호라는 숭고한 임무가 부여된다. 명예로운 공군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가 되려면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거나 공군 학생군사교육단(ROTC), 민간 4년제 대학에서 조종 분야 가산복무지원금 지급 대상자(조종장학생)로 선정돼 소위로 임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공중 근무자에 적합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우수한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인 공군사관학교 진학. 사관학교에 입학하면 생도생활과 정규대학교육, 군사전문교육을 통해 공군 정예장교로 양성된다. 사관학교 졸업 후엔 조종사가 되기 위한 비행훈련을 거쳐 조종사로 거듭난다.

두 번째는 학군장교(ROTC)로 임관해 조종사가 되는 방법이다. 현재 공군 ROTC 과정은 한국항공대, 한서대, 한국교통대, 경상국립대, 서울과학기술대, 숙명여대, 연세대(창설 순) 등 7곳에 개설돼 있다. 대학교 1, 2학년 때 ROTC에 지원하면 졸업 후 공군소위로 임관해 이후 비행훈련을 통해 조종사로 양성된다.

세 번째는 조종장학생이 되는 것이다. 세종대학교 항공우주공학전공, 영남대 자율전공학부에 지원하거나 일반 4년제 대학에서 조종장학생에 지원하면 조종사 코스를 밟을 수 있다. 조종장학생으로 선발되면 졸업 후 12주간 공군학사사관후보생 훈련을 받고 소위로 임관한다.

마지막으로 일반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조종사가 되는 거다. 12주간의 학사사관후보생 훈련을 받고 소위로 임관한 뒤 일련의 절차를 거쳐 선발되면 비행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학생조종사와 비행교관이 공군3훈련비행단 기본비행교육 중 KT-1 훈련기 캐노피를 닫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조종사 양성은 공군 소위로 임관 후 본격 시작한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입문-기본-고등’ 3단계 비행교육을 수료를 거쳐야 한다. 입문 과정 14주, 기본과정 35주, 고등과정 30주로 구성(약 18개월)돼 있다., 각 과정마다 다양한 형태의 평가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갖춘 교육생을 선발해 상급과정 입과 자격을 부여한다.

비행 훈련 입과는 강도 높은 신체검사를 통해 공중근무자 1급 기준을 충족한 인원만 가능하다. 비행 훈련 입과 전이나 훈련 중 비상 탈출 훈련, 공간정위상실훈련, 고공저압환경 훈련, 중력가속도 훈련 등으로 이뤄진 비행환경 적응훈련과 은신처 구축, 음식물 구독,불 피우기, 구조헬기 유도, 해상 착수에 대비한 해상생환 훈련 등의 생환 훈련을 이수해야 한다.

입문 과정은 공군사관학교 예하의 제55비행교육전대에서 이뤄진다. 대학의 학부 교육과정에서 별도의 비행 실습을 하지 않는 공군사관학교 출신과 학사장교 출신 자원이 대상이다. 학부 과정에서 비행교육을 실시하는 학군단 출신 자원의 경우 입문 과정 없이 바로 기본과정에 입과한다. 입문 과정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자체 양산 항공기인 KC-100을 군 조종사 훈련용으로 개조한 ‘KT-100’ 훈련기를 이용해 14주 동안 15소티(Sortie·비행횟수)의 비행을 실시한다. 기본적인 항공기 조작, 장주비행, 항공기 계통과 각종 비행지침 등을 교육받는다. 수료 후에는 ‘파란 마후라’를 목에 건다.

비행교육 과정 중 중간 단계인 기본비행교육 과정은 모든 조종사가 경험한다. 기본과정은 사천에 위치한 제3훈련비행단 예하의 4개대대에서 교육이 진행되며 ‘KT-1’ 훈련기를 사용한다. 조종의 근본 기술과 원리·정석에 충실한, 말 그대로 ‘기본기’를 습득하는 것이다.

입문 3개월→기본 8개월→고등 9개월 거쳐


학생조종사들은 기본비행 과정에서 KT-1 훈련기를 타고 약 8개월간 66소티(Sortie·비행 횟수)를 비행해야 한다. 주·야간 단독비행도 이 시기에 수행한다. 항공기 계통과 공중 조작, 국지 절차 등 비행 전 교육부터 비행계획, 항공법, 항법, 기상이론, 통신술 보안, 항공계기 등을 교육받는다. 학습량이 많아 전문성의 깊이가 만만치 않고 실습교육도 매우 엄격하다. 중간에 탈락하는 인원도 상당하다. 교육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해 탈락(도태)하거나 신체·정신적 이유로 탈락(콜)하는 경우는 많다.



기본 과정까지는 사실상 공통 과정으로 마지막 단계인 고등비행교육 과정부터는 부여된 기종으로 분리돼 교육받는다. 전투임무기와 공중기동기로 나뉜다. 제공권 장악을 위한 공중전과 지상 타격을 통한 화력지원 등 직접적인 공격·방어 임무를 수행할지, 병력·군수품 보급, 급유, 전자전, 정찰 등 지원 역할을 맡을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전투임무기 과정은 1전투비행단(1전비)에서 ‘T-50’으로, 공중기동기 과정은 3훈련비행단(3비)에서 ‘KT-1’로 약 9개월간 진행된다.

특히 고등 과정에서는 실전적인 훈련이 이뤄진다. 우선 약 7주 동안 지상학술교육을 받는다. 이후 공중조작 능력을 익히고 비행교육을 시작한 지 1년 여가 되면 계급이 중위로 올라간다. 높은 교육·훈련으로 부담과 압박감은 상당해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조종사가 될 수 없다.

교육은 엄격하고 혹독하다. 비행 중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거나 작전의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에서는 교관의 날카로운 디브리핑, 끊임없는 평가, 심도 있는 지상연구가 쉼 없이 계속된다.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으로 언제든 탈락의 순간이 도사리고 있다. 탈락하면 조종사의 꿈은 물거품이 돼 고등 과정을 이겨 내야 진정한 ‘빨간 마후라’를 목에 걸 수 있다. 수료 이후엔 ‘학생’을 떼고 진정한 ‘조종사’로 불리는 게 이 시기부터다.

사진 제공=공군


여기가 끝이 아니다. 고등비행교육 과정을 마치면 다시 ‘전투기 입문 과정(LIFT)’ 또는 ‘전환 및 작전가능훈련(CRT)’이 기다리고 있다. 작전에 배치돼도 숙련 조종사가 되기 위해 꾸준히 훈련을 해야 한다. 끝없는 평가와 교육의 연속이다. ‘빨간 마후라’를 목에 걸었다고 바로 작전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다. 고등 과정에서 세부적인 기종을 부여받으면 해당 부대에서 기종 전환을 거쳐야만 한다. 이 기간만 통상적으로 1년이 넘게 소요된다.

대부분 전투임무기 조종사는 16전투비행단 전술입문과정(LIFT)에서 ‘T-50’을 정밀무장 운용이 가능하도록 개량한 TA-50을 훈련기로 활용한다. 약 24주간 공대공·공대지 사격 등 전투에 필요한 전투기술을 연마한다.

이후 F-15K, FA-50, KF-16 조종사, F-16CRT 과정을 거쳐 (K)F-16 조종사로 나뉜다. 각각 주기종별로 전투비행대대에 배치돼 전환훈련을 거쳐야 최종적으로 전투조종사로 활약할 수 있다. 별도의 중간 과정 없이 바로 전투대대로 가기도 한다. F-5 조종사는 1전비에서 CRT를 거쳐 자대에 배치된다. KA-1 조종사는 8전투비행단에서 기종 전환 및 전술교육을 받는다.

반면에 공중기동기 조종사들은 고등 과정에서 고정익(수송기)과 회전익(헬기) 기종을 부여받는다. 이후 세세하게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E-737 항공통제기, C-130·CN-235 수송기 등으로 구분해 수송기 조종사가 되고, 헬기 조종사는 청주에 공군 제6탐색구조전대(6전대)로 가서 작전가능훈련을 받고 나서야 HH-60·HH-32·HH-47 탐색구조헬기 등의 기종을 부야 받는다. 이를 거쳐 5공중기동비행단, 15특수임무비행단, 6탐색구조비행전대 등 예하 대대로 배속돼 기종 전환을 수행해야 한다.

노련한 전투조종사 1명 양성에 100억원


현역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모두 약 1700명 수준이다. 대위가 약 780명, 소령이 약 540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노련한 전투기 조종사 1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략 100억 원이 넘는 양성비용이 들어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크게 ‘조종사 양성교육 비용’과 ‘전비태세 훈련 비용’으로 구성된다. 2013년에 도입된 FA-50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 비행교육과 전술 입문 등 1인당 조종사 양성교육 비용에 12억 5000만 원, 여기에 전비태세 훈련 비용 56억 9000만 원을 더하면 비행 입과 후 10년 차가 된 숙련 조종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69억 4000만 원, 약 70억에 달한다.

기종 별로 보면 연차의 KF-16 기종 조종사는 122억 6000만 원, 우리 공군 주력기인 F-15K 조종사는 무려 210억 8000만 원의 막대한 양성비용이 투입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창 나이와 계급에 F-15K 등 우리 군 주력 전투기 조종사로 임무를 수행해야 할 조종사들이 매년 약 100명 안팎으로 군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군을 떠나 민간항공사 조종사로 취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군 조종사 유출 상황을 보면, 지난 2017년 106명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125명, 2019년 121명, 2022년 112명에 달한다. 다만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2021년에는 7명으로 대폭 줄었지만 다시 늘어나는 추세로 지난해는 90여명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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