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라디오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가 점점 힘을 잃고 있는 사이 그 사이를 메우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세세한 취향 하나하나를 맞춰줄 수 있는 유튜브다. 이제는 유튜브의 콘텐츠 파워와 시장 규모가 다른 미디어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은 광고 수익을 내는 채널 수가 10만 개로, 인구수 대비 수익 창출 유튜브 채널 수가 미국과 인도를 넘어서 세계 1위에 이른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가 유튜브 크리에이터(콘텐츠 창작자)일 정도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국내 크리에이터들의 인기는 글로벌로 이어지며 구독자 300만 명 이상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올해 1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58개국 3100여 팀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세계 최초·최대 인플루언서 박람회인 ‘서울콘’을 열었다. 이들의 구독자를 모두 합하면 30억 명에 이른다.
이 행사에서 구독자 5000만 명인 인도의 아누쉬카센, 5100만 명인 러시아의 키카 킴 등이 보신각 타종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고,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통해 서울의 매력을 글로벌에 전달했다. 다양한 페스티벌과 컨퍼런스, 시상식이 열렸고, 기존에는 상품 중심이던 박람회의 축이 사람으로 옮겨 왔다.
서울콘 행사를 기획했던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는 책을 내놨다. 투자회사를 설립해 IT기업은 물론 ‘괴물’ ‘해운대’ 등 콘텐츠에도 투자해 온 김 대표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만난 크리에이터들의 사례를 토대로 K크리에이터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이제 경제와 산업도 크리에이터들이 이끌어 간다. 특히 콘텐츠 산업이 미래 산업의 주력이 될 우리나라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크리에이터는 자신만의 고유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며 “한국 고유의 모습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코리아’라는 브랜드가 형성됐으며 K크리에이터가 세계로 나아갈 영역이 생겼다”고 말한다.
저자는 K크리에이터들에게 조언을 건넨다. 주목받는 콘텐츠 기획력과 함께 알고리즘을 학습하고, 명확한 차별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 단순 구독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팬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학계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1.0’이라고 진단한다. 아직까지는 창작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제활동과 유료 구독, 크리에이터를 통한 직접판매가 완벽히 정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2.0’이라고 부를 수 없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3.0’에 대해 이야기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생태계 속에서 유연한 변화와 적응, 미래에 대한 대비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콘텐츠의 소유, 거래의 가치가 중시되는 것이 3.0의 전제이며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기술도 필요하다”며 “메타버스가 대중화되면 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고, 현재의 영상 콘텐츠 이외에도 미술, 사진 같은 전통적 예술까지 온라인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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