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연내 세계 최초로 레이저 대공무기를 실전 배치한다. TV화면에서 보던 ‘스타워즈’ 같은 SF 영화처럼 레이저 광선을 무기로 사용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레이저 무기가 1회 발사 비용이 2000원꼴로 ‘가성비’가 좋은 데다 소형 무인기나 오물 풍선을 격추할 수 있는 화력을 가지고 있어 향후 북한 도발에 대한 군 대응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레이저 대공무기는 기존 무기 체계와 달리 실탄이 아닌 전기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군사 레이더 등 감시 자산을 통해 적 표적을 탐지하면 레이저 대공무기에 장착된 표적위치 확인 장치로 확인·조준한 후 레이저를 발사해 빛의 속도로 열을 전달해 공격한다.
조용진 방사청 대변인은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무인기 1대당 10~20초 정도 레이저(출력 20kW)를 쏘아 열에너지를 700도 이상으로 높여서 안에 있는 배터리·엔진·전자장비를 과열시켜 격추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방사청이 이날 공개한 레이저 대공 무기 활용 무인기 격추 장면을 보면 무인기 엔진에 불이 붙어 격추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레이저 대공무기는 지난해 4월 시험 평가에서 3㎞ 밖의 무인기 30대를 향해 레이저를 30회 발사하고 모두 맞혀 명중률 100%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와는 달리 레이저는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 붉은 빛 줄기가 목표물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 목표물을 격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방사청은 “현재는 출력이 낮아 소형 무인기가 대상이지만 앞으로 출력을 키우면 항공기나 탄도미사일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된다”며 “출력과 사거리가 더욱 향상된 레이저 대공 무기 블록 투(Block-Ⅱ) 체계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이와 함께 레이저 발진기 출력을 더 높이는 기술 개발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레이저 대공무기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우선 기술력이 더욱 향상되면 초당 30만 ㎞를 이동하는 지향성 에너지를 이용해 마하 8.0의 극초음속 미사일 등도 쉽게 요격하는 게 가능하다. 레이저 무기는 고에너지를 집속해 개인 소총의 5.56㎜ 탄환보다 작은 영역에 대해 표적을 구분해 파괴할 정도로 정확하다.
또 1회 발사 비용이 2000원 안팎으로 휴대용 대공미사일인 신궁(1발 2억 원)과 PAC-3(1발 80억 원) 등과 비교해 월등히 경제적이다. 기관포나 대포처럼 별도의 탄약이 없어도 전기만 공급하면 운용이 가능하고 포탄에 따른 지상 피해 우려도 적다는 강점이 있다.
반면 단점으론 레이저가 안개나 비 등으로 산란·굴절돼 표적에 원하는 에너지를 투사하지 못할 수 있다. 표적과 교전하기 위해 가시선(line of sight)을 유지해야 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게다가 표적이 산악이나 특정물질로 차단돼 있으면, 표적에 도달하는 레이저의 양이 현저히 감소해 공격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빠르게 이동하는 표적의 경우엔 계속 추적해야 하고 파괴할 때까지 에너지를 전달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목표물이 급기동할 경우 추적과 격추에 제한이 따라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는 약점이 발생한다.
결국 레이저는 결국 출력이 무기화의 수준을 결정한다. 이는 레이저 대공 무기의 공격력 핵심은 출력이라는 의미다. 출력을 높일수록 대응할 수 있는 표적의 범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드론을 요격하는 수준의 20~60㎾급 출력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높여서 실전 배치가 이뤄진다면 레이저 무기는 전장의 풍경을 바꾸는 게임체임저가 될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대전차 미사일을 파괴하려면 100㎾급 출력을, 순항미사일은 300㎾급 출력을, 전투기나 지상표적 파괴를 위해서는 메가와트(㎿)급 출력이 필요하다. 출력이 클수록 그 위력이 증대된다는 얘기다.
다만 레이저 대공 무기가 고출력을 내려면 전체 시스템의 규모가 커져야 하는데 현재 기술력으로서는 빠를 시일 내에 이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처럼 레이저 무기의 위력이 앞으로 전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군사강국들도 레이저 대공무기 개발에 한창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무기의 적기 공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레이저 무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의 아담은 10㎾, 아테나는 30㎾, 이스라엘의 아이언빔은 20㎾, 독일의 HEL 이펙터는 20∼30㎾ 출력의 광섬유 레이저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레이저 무기는 모두 1∼2㎞의 저고도로 침투하는 무인기 요격용이다. 영국이 고출력 레이저 무기 ‘드래곤파이어’ 사격 시험 성공 영상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국도 2032년까지 개발하려던 50㎾급 ‘드래곤파이어(DragonFire)’ 레이저 무기를 2027년까지 해군함정에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분야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은 출력 50㎾, 사거리 3~5㎞의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고 전력화를 추진 중이다. 미 해군은 2022년 알레이 버크(Arleigh Burke)급 구축함에 레이저 무기를 시험 설치했다. 미 공군은 향후 F-35 등에 레이저 무기를 탑재해 공대공 미사일 요격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50㎾급 레이저 무기를 C-130, C-17 수송기 등에 장착해 상승단계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계획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탄도미사일 요격과 우주궤도에 있는 각종 위성 센서 파괴를 목적으로 소콜 에셜론(Sokol Eshelon)으로 불리는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 신형 레이저 무기 페레스베트(Peresvet)를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역시 드론 요격용으로 10㎾급 레이저 무기인 사일런트 헌터(Silent Hunter) 등을 개발 중이다. 또 30㎾ 출력의 지상 기반 레이저 무기 LW-30와 포드형(pod) 항공기 탑재 레이저 무기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강국 이스라엘도 2021년 세스나기에서 1㎞ 떨어진 무인기에 레이저를 조사해 격추하는 시험을 성공하는 등 무인기 탑재 레이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20㎾급의 아이언 빔(Iron Beam)과 50㎾급의 드론 돔(Drone Dome)은 개발 완료가 가시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레이저 무기를 탑재한 무인기를 아이언 돔, 다비드 슬링, 애로우 계열로 이어지는 다층 미사일 방어망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프랑스군도 지난해 드론 등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한 레이저 무기를 함정에 시범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셉티드마인드 등 외신은 프랑스 방위사업청(DGA)과 방산기업 CILAS의 발표에 따르면 레이저 무기 ‘HELMA-P’는 비행 중의 무인기를 추적 및 격추하는데 특화돼 있다. 광학센서를 통해 비행 중인 무인기를 인지한 후 레이저로 공격하는 방식이다. 이때 레이저는 최대 거리 1km, 최대 출력은 2kW로, 레이저를 맞은 무인기는 몇 초만에 불타면서 격추된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국방부가 유튜브를 통해 무인기가 레이저를 맞은 후 불이 붙은 채 추락하는 시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국 국방부 역시 지난 1월 스코틀랜드에서 공중표적을 대상으로 한 시험발사 영상을 공개하면서 드래건파이어가 우크라이나의 취약한 방공체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국방부는 드래건파이어가 1㎞ 떨어진 곳에 위치한 1파운드짜리 동전을 맞힐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성능을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드래건파이어 1회 발사 비용은 13달러(1만7000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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