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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트럼프를 구했다" 환호…트럼프 지지층 결집하나 [트럼프 피격]

4개월 앞 美대선 미칠 파장에 귀추

전당대회 이틀 남기고발생, 지지자 강력 결집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총격으로 오른쪽 귀를 다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호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오면서 성조기를 배경으로 지지자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오후 6시경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버틀러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했으나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지층이 결집하는 모양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신이 트럼프를 구했다”며 환호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선 ‘대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전당대회를 불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이번이 일이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의 결집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유세 도중 왼쪽 귀 위쪽에 총알이 스쳐갔다. 총알의 방향이 조금만 더 우측이었어도 생명이 위험했을 순간이었다. 수초 동안 유세장에는 침묵이 흘렀으나 그가 경호원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는 순간 환호성이 쏟아졌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그의 무사함을 축하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께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 현재 사망한 총격범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적었다. 이어 “나는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한 총알에 맞았다. 휙 하는 소리와 총성을 듣고 즉시 총알이 피부를 뚫고 지나가는 것을 느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곧바로 알았다. 많은 출혈이 있어서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고 묘사했다. 그는 “하나님이 미국을 축복하시기를!”이라고 글을 마무리지었다.



트루스소셜에는 그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을 종교적으로 해석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톰 피튼은 “도널드 트럼프가 무사한 것에 대해 신을 찬양하라”고 적었다.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위해 기도해달라(#PrayForTrump)’, ‘신이 승리한다(#GodWins)’는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그가 과거 인터뷰 등에서 “믿음은 정부보다 강력하며, 신은 그 무엇보다도 강하다”고 하는 등 종교적 믿음을 언급한 부분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가 신을 믿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는 복음주의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21년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했을 때도 지지자들은 의사당을 초토화시킨 후 손을 맞잡고 그를 지켜달라고 기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유명 전도사 빌리 그레이엄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등 기독교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기독교를 세속주의자들로부터 지키는 구세주”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학자들은 이를 보수 기독교의 가치를 지키는 것과 미국의 부흥을 연결시키는 ‘기독교 민족주의(Christian Nationalism)’라고 분류한다.

한편 트럼프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나흘간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될 예정이다. 당원과 지지자들 입장에서 보면 바이든 정부의 ‘탄압’을 받아온 트럼프가 날아오는 총알도 피해가며 살아남아 ‘대관식’을 갖는 완벽한 서사 구조다. 트럼프가 이 때 발표할 예정인 부통령 후보에도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며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트럼프가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으로 뉴욕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을 때도 성난 지지자들이 결집하며 후원금이 쏟아진 적이 있다.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탄압을 위해 법과 제도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게 트럼프 측과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지난달 TV토론 부진 이후 당 안팎에서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는 ‘후보 교체론’이 잠시 잦아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바이든이 가장 공을 들여온 곳 중 하나인 경합주 펜실베니아에서 일어났고, 트럼프가 앞으로 누릴 정치적 효과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정치 테러의 피해자인 트럼프가 남은 대선까지 이런 프레임을 갖고 캠페인을 끌고 갈 경우 바이든 입장에선 국면 전환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이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을 인용해 “총격 사건으로 백악관으로 향하는 트럼프의 길이 쉬워졌다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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