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조기 총선이 끝난 지 약 일주일이 지났지만 정치적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 하원 의회의 첫 소집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총리 선출 등 주요 안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어서다.
1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프랑스 새 하원은 18일 첫 회기를 시작한다.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질 이번 회기에서는 하원 의장을 비롯해 상임위원장 등 주요 직책을 맡을 이들을 뽑게 된다. 6월 30일, 7월 7일 총선을 거쳐 당선된 의원들의 첫 의정 활동이 시작되는 셈이다.
하지만 새 의회 출범에도 정치적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요 세력 간 입장 차이가 워낙 큰 탓이다.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의석수가 가장 많은 당의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는 것이 관례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좌파연합과 범여권이 ‘반(反)극우’ 연대를 출범시켜 극우 세력을 밀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들 모두 단독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 상황에서 원내 1당으로 올라선 좌파연합의 신인민전선(NFP)이 정권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극좌 세력과 정부를 구성할 수 없다는 게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이지만 좌파연합 측은 대통령이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파업 등 장외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의회 다수당을 확보하지 못한 세 그룹 간의 다툼과 교착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해결책을 찾기까지 두 달이 걸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고 평가했다.
새 정부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탓에 우려가 증폭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새 행정부는 9월 20일까지 유럽연합(EU)에 중기 재정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부 장관은 “새 정부가 급증하는 예산 적자와 국가 부채에 대처하기 위해 지출을 삭감하지 않으면 프랑스 경제가 침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에서 전해지는 파열음은 전 세계인의 축제로 불리는 올림픽의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NYT는 “지금쯤이면 파리 올림픽이 화젯거리가 됐어야 했다”면서 “지금은 대통령 선거와 국가적 혼란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한창”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마린 통들리에 녹색당 대표가 차기 총리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통들리에 대표는 NFP를 구성하는 정당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녹색 재킷을 자주 입어 화제가 된 그는 NFP 내 다른 정당의 정치인보다 중도파에는 수용 가능한 인물로 평가되면서 정치권의 난맥상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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