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한국을 떠나는 상장회사 대주주가 최근 5년 새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외전출세를 신고한 상장 업체 대주주는 총 26명이었다. 이 제도 시행 첫해인 2018년의 13명과 비교해 2배 증가했다. 국외전출세는 대주주가 해외로 이주할 경우 보유하고 있던 국내 주식을 출국 당일에 매각한 것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과세 대상은 거래소 상장사 지분 1% 또는 50억 원 이상을 가지고 있거나 코스닥 등록 업체 지분 2% 또는 50억 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다.
지난달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인 헨리앤드파트너스가 발표한 ‘2024년 개인자산 이주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고액순자산(100만 달러 이상 유동성 투자 가능 자산) 보유자 순유출이 올해 1200명으로 중국·영국·인도에 이어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의 고액 자산가 순유출은 2022년 400명에서 지난해 800명으로 2배 늘어나는 등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장사 대주주, 부자들의 ‘한국 엑소더스’ 주요 요인으로 징벌적 상속세 등 과도한 세금 부담을 꼽았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최대주주 할증까지 더하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0년에 최고세율을 인상한 뒤로 바뀌지 않아 24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은 상속세를 없애거나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왔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최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상속세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뒤 낡은 세제를 손질하자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이달 말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최대주주 할증 폐지, 가업상속공제 한도 확대 등의 상속세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가계와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여야는 상속세율을 글로벌 평균인 30% 수준으로 낮추는 등 더 획기적인 방안까지 심층 논의하고 관련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거대 야당도 ‘부자 감세’ 프레임을 접고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전반의 합리적 개편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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